사람들은 현대 사회를 대중속의 고독을 느끼는 시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많은 사람과 SNS를 통해 서로 관계를 갖지만 고독은 여전하다. 형식적인 소통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트윗이나 페이스북을 할지라도 고립감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 진실이 부족한 대화, 인간애가 결여된 대화, 계산된 만남이 있을 뿐 진정 측은지심에서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바탕하는 만남과 대화는 증발된 안타까운 시대적 상황이다. 이 슬픈 시대적 상황이 각 자의 주변에 장막을 드리운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조차 아끼고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 남과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신에게로 되 돌아와 자신에 대한 통찰까지도 방해함으로서 자기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고독이 사상의 온상이라고 괴테는 말하고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고독은 자신까지도 외면하는 철저한 고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어느날 고독을 몰아내는 연구를 시작했다.그러나 연구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과학을 통한 인간 능력에 스스로 놀라는 현대인들은 무엇이든 연구만하면 해결되는 줄 안다. 하지만 연구가 그렇게 녹녹한게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쉬운 연구는 모두 끝내 놓고, 무지무지하게 어려운 연구만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모두 섭렵하고 기억해야 다음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니 연구 결과를 얻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래도 나는 두문불출하고 방안에 틀어박혀 고독과 대면하며 그 고독을 몰아내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런 저런 노력과 심지어는 손자병법의 '知彼知己 百戰百勝'을 적용한 고독퇴치연구도 진행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릴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까봐 초조해져서 급기야는 표절까지 생각할 지경이 되었다.  

 

  어느날, 아내가 내게 면도라도하고 연구인지 뭣인지를 하라고 바가지를 긁어댔다. 정말 얼마나 연구에만 몰두를 했던지 수염이 많이 자라 있었다. 나는 급히 화장실로 갔다. 비누칠을하고 거울을 보았다. 순간 깜짝 놀랐다. 거울속에 머리까지 덥수룩한 웬 사내가 들어 있는게 아닌가? 순간 뇌리를 스치는 직관이 섬광과도 같이 빛났다. 참으로 길고긴 연구가 한 순간의 섬광과도 같은 해결책을 주려고 준비하고 예비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사내는 나의 허상이었다. 좌우만 다를 뿐 모두가 완벽하게 똑같았다. 행동까지도 똑같고 입고있는 옷까지도 똑같았다. 내가 거울속을 보니 거울속의 그놈도 이쪽의 나를 내다보는게 아닌가?  기묘한 희열이 엄습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거울마다 내가 하나씩 들어 있는 거잖아! 이 세상에 거울이 얼마나 많냐? 그러니 도대체 내가 몇이야? 영화 'The One'이 생각났다. 엄청나게 많은 내가 거울속 다른 세상에 있으니 그들과 소통하면 나는 외로운 고독을 물리칠 수 있지 않겠는가? 순간 짜릿한 전율이 느껴지면서 고독이 없어졌다. 아, 저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방금전에 하고 이 느낌을 느꼈겠지? 연구성과가 구현되는 순간은 한편으로 환희이고, 한편으로는 허망하다. 성취는 환희를 주고, 찾아낸 방법의 단순함은 허망함을 준다.

 

  아무튼 나는 그날 이 후로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거울에 대고 대화하는 습관이 생겼고, 거울속의 나를 관찰하고 격려하게 되었다. 연구는 진행하면 할수록 그 성과가 점점 더 불어나게 되는데 직관적으로 나는 거울속의 내가 현실의 나와 동일하다는데서 고통과 두려움이 없는 수술을 할 수 있음을 알아채고, 앞으로는 중도 제머리를 깍을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아직은 거울속의 나와 악수를 할 수도 없지만 거울속의 나와 함께 힘을합쳐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 언젠가 나는 거울속의 나를 꺼내서 이발을 해서 다시 거울속에 넣는 방법을 찾아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연구가 꼭 성공할 것을 확신하며 오늘도 두문불출 거울 앞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ㅎㅎ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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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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