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빛을 감지하는 것이 시각이요, 시각을 통하여 사물을 인지하고 주변 상황을 파악하며, 그 대상에 대한 느낌과 예전의 시각적 기억을 바탕으로 어떤 개념을 형성하고 견해를 갖게되며, 필요한 경우에는 다양한 반응을 한다. 물론 예전의 기억은 시각적인 것만이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고 청각적인 기억, 후각적인 기억, 미각적인 기억, 촉각적인 기억, 냉온에 대한 감각적인 기억, 근육에 의한 역학적인 감각의 기억, 통증감각, 시간적인 감각이 종합적으로 형성하는 것이다. 이들 중에 몸속에서 신경자체적으로 느끼는 통증감각과 시간을 감지한다는 해마나 소뇌루프의 시간인지를 제외하면 시각이 가장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
청각은 소리 자체를 직접 감지하고, 후각은 화학적인 분자를 코에서 직접 감지하고, 미각은 화학적인 이온을 미뢰에서 직접 감지하고, 그 외의 다른 감각도 모두 직접 접촉해야 하는데 시각은 빛을 매개로 대상을 인지하게 된다. 불꽃이나 고온의 물체와 같은 발광체는 그 물체에서 직접 방출되는 빛으로 물체를 볼 수 있지만 보통의 물체는 빛이 그 물체에 부딪혀서 튕겨 나가는 빛을 눈으로 감지하여 물체를 인식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뜨거운 물체라도 볼 수 있으며 더러운 것일지라도 볼 수 있다.
시각은 눈으로 빛을 감지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빛 자체의 성질이나 현상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을 매개로 한 물체의 반사특성이나 빛과의 상호작용을 인지하는 것이다. 여기 잘 익은 사과가 있다. 잘 익은 사과는 빨갛다. 빨갛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 것은 가시광선이 사과에 부딪힌 후 모두 사과에 흡수되고 빨간색만 사과가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시킨다는 뜻이다. 사과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튕겨버린 빛이 잘 익은 사과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된다. 이는 오로지 시각적인 상징이다. 그러나 그 사과에 대한 총체적인 이미지는 과거에 진행되었던 당사자의 사과에 대한 다양한 감각의 경험이 만드는 마음의 결론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이 다인 것처럼, 즉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시각으로 확인되어야만 존재의 확신이 선다는 것으로 시각 우선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각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반사시키는 물체의 입체적 구조와 표면의 화학적이고 물리적인 전자의 에너지 밴드와 빛의 상호작용을 감지하는 것으로 자체로는 아주 단편적이고 편협된 감각이다. 그러므로 시각에만 의존한 어떤 존재의 특성, 실존여부, 상황설명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동일 물체에 대한 시각정보가 바뀌어도 동일 물체라고 인식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마음의 과학인 심리학(ψ: Psychology)에서는 ' 마음은 주위의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지각의 항상성이 유지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설명의 배후에도 시각 자체만으로 물체의 동일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양한 과거의 경험적인 기억의 도움으로 만들어지는 무의식적인 판단 버릇이 형성되어야 함을 인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세상이 현실적이고 진실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마음이 그럴싸하게 해석한 세상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가는 곳, 마음이 당기는 것과 같은 마음의 상태에따라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것이다. 즉, 눈에 보이는 소위 눈앞의 세상이 반드시 현실이거나 진실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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