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리학에 의하면 우주의 삼라만상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는 6개의 쿼크(Quark)와  6개의 렙톤이다.  여기에 4가지 기본힘을 매개하는 게이지입자(gauge particles), 즉 중력을 매개하는 중력자(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현재 미발견 상태),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광자, 약상호작용력을 매개하는 위크 보존(weak boson), 강상호작용력을 매개하는 글루온(gluon)이 있다.  이 중에 렙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연상태에서 영구히 홀로 존재하지 못한다. 어쩌다 홀로 떨어져 나온다 할지라도 그 수명이 극히 짧다.

 '홀로 존재하지 못한다'는 말의 의미가 흥미롭다. 존재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의미이지 않은가? 각 자의 특성이 고유하게 주어져 있을지라도 홀로 존재할 경우에는 그 고유한 특성이 드러나지 않으며 파악되지도 않는다. 고유한 특성, 예를 들어 질량, 전하량, 스핀, 칼라하, 패리티 등은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할 경우에나 외부로 표출되고 기능이나 의미가 살아난다.  뿐만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하여 새로운 성질이나 특성이 생겨나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은 렙톤의 하나인 전자(Electron)를 살펴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전자는 페르미온(Fermion)이라서 반정수 스핀(spin), 음의 기본전하(e=1.602×10^-19C)를 갖고 있으며 질량(9.1×10^-31kg)을 고유한 성질로 갖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전자가 가까이 접근하면 질량에 의한 약한 인력이 작용하지만 전하에 의한 전기적 반발력이 더 크기 때문에 밀쳐지게 되는데 정해진 물리적인 양과 상황에 정확히 일치하는 반응을 할 것이다. 그러나 양전기를 가진 양성자가 접근하면 전기적 인력이 작용하여 서로 결합함으로써 수소원자가 될 것이다. 결국은 전자가 양성자에 속박되는 것이다. 속박된다는 것은 인간적인 단어이므로 어쩌면 잘 못된 생각일 수 있다. 하여튼 전자는 혼자 존재할 경우보다 양성자와 상호작용함으로써 또 다른 여러 특성을 갖게 된다. 수소원자가 되었으므로 양성자와 함께 수소원자의 성질을 공유할 것이므로 여러 파장의 전자기파를 흡수 및 방출할 수 있으며 다른 수소원자를 만나 이원자분자인 수소분자가 되려는 성질을 갖게 된다. 따라서 자연적인 상태에서의 상호작용은 각각이 고유하게 갖고 있지 않던 성질을 새롭게 발현시키는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상호작용해야만 나타나는 성질은 각 자에 속하던 고유한 성질은 아니다. 수소원자도 어떤 원소들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특성은 달라진다. 산소를 만나면 물과 같이 인간 생존에 없어서는 안되는 물질이 될 수 있는가하면 비소를 만나면 아신이라는 독성을 가진 물질이 되기도 한다. 절대로 수소의 원자속에서 물이나 아신의 성질을 찾아낼 수 없다. 이런 상황의 분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과적으로 물질의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성질은 구성원소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일 뿐 구성원소 자체가 갖는 고유한 특성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가 철(Fe), 니켈(Ni), 코발트(Co) 같은 강자성체 원소 속에서 업(up), 다운(down) 스핀의 짝을 이루지 못하고 홀로 남아 잔류자기가 강하게 남는 소위 자석을 만들 수 있다. 이 또한 스핀이란 고유한 전자의 특성이 다른 전자나 원자핵과의 상호작용 하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성질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질량이  만유인력, 즉 중력의 근본 원인이라는 입장으로 전자를 살피다보면 상호작용에 의한 현상을 현상 자체로 독립적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입자의 고유한 특성에 들어 있는 현상이라고 보아야 하는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사실 중력이 거대한 물체에서나 나타나기 때문에 일 개 전자는 질량을 잘 느낄 수조차 없으므로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질량을 가진 것은 무엇이든지 만유인력이 나타나게 되어있다. 질량만 있으면 만유인력이 나타남으로 당연히 만유인력이란 현상이 각 입자들 질량 속에 숨겨져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전자가 블랙홀의 중력을 받는다는 사실은 불랙홀의 질량을 구성하는 수 없이 많은 단위입자와  일개 작은 전자가 만유인력적으로 일 대 일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전자와 같이 작은 입자가 어떻게 크고 넓은 블랙홀 공간에 있는 모든 블랙홀 구성 단위입자와 중력자나 중력파를 주고 받으며 일대일 상호작용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는 우주의 보편적인 법칙의 하나인 에너지 보존법칙에도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질량에 만유인력이란 특성이 내재해 있다고 쉽게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우리는 질량이 없다는 빛까지도 블랙홀에 의해 중력작용으로 빨려들어간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말한다. 이 사실이 옳은 것이라면 우리가 아는 질량에 의한 만유인력의 보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질량이 없는 빛이 블랙홀과 상호작용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빛 조차도 사실은 극히 작은 질량을 갖는 존재는 아닌가? 그러나 빛은 정지질량이 0이다. 따라서 질량이 꼭 중력의 원인 특성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질량에 만유 인력이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준다. 

  이 문제는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해결되었다. 공간이 질량과의 상호작용으로 휘어져 있기 때문에 전자나 빛도 휘어진 공간을 통하여 블랙홀과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로써 보편적인 에너지보존법칙은 그대로 유지되며 중력조차도 질량에 내재한 성질이 아니라 상호작용력이라는 사실을 대변한다.  따라서 전자에 주어진 질량과 전하, 스핀만이 고유한 것이며 그 외의 성질이나 현상은 모두가 전자와 전자 이외의 것들과 상호작용 할 때에 나타나는 특성이나 현상임을 알 수 있다.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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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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