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에 가면 비둘기가 많다.

아침마다 반갑게 구구대는 잿빛 비둘기

누가 유해조류라 했나?

신사동 비둘기는 사방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길가는 이에게 인사한다.

 

신사동 비둘기는 새다.

새니까 새똥을 싼다.

신사동 비둘기는 지극히 정상이다.

신사동 비둘기는 적어도 

똥을 똥구멍으로 싸기 때문이다.

 

신사동에는 술집이 많다.

낮에는 밥집,

밤에는 술집.

신사동 비둘기는 이른 아침

신사동 술집 근처로 모여든다.

 

신사동에는 술꾼이 많다.

술꾼들은 술집을 참 잘 찾아낸다.

자조와 모욕과 가난을 뒤섞어 

분노와 슬픔과 외로움을 뒤섞은

술, 목구멍으로 들이 붓는다.

 

신사동 비둘기는 청소부다.

신사동 비둘기는 술꾼들이

목구멍으로 싼 똥을 먹으며

되묻는다.

'우리가 왜?'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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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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