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라는 말을 들으면 이름도 멋지지만 가을밤의 서정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릴 적에 귀뚜라미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렇게 멋지지는 못했다. 마치 앙드레 지드가 쓴 전원교향곡의 눈먼 소녀가 개안수술 후에 본 세상이 눈먼 시절에 상상하던 세상과 달랐던 것처럼, 처음 본 귀뚜라미의 모습이나 색깔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튼 귀뚜라미는 여치류와 함께 소리를 발생시키고 수음하는 곤충계의 두 가지 방식중에 하나의 방식을 대표하는 곤충이다.[참조-soryro.tistory.com/320 ]

 귀뚜라미의 경우 소리를 발생시키는 것은 수컷이지만 수음 기관만은 암컷이나 수컷이나 모두에게 필요한 기관이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청각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포식자나 천적을 경계하고, 동족 간에 소통이나 라이벌에 대응하기 위한, 즉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림 1. 귀뚜라미 고막위치와 확대한 고막[a:homepages.inf.ed.ac.uk, b:wordpress.com, c:missoulabutterflyhouse.org]

 귀뚜라미의 고막은 앞다리의 무릎 부분에 있다. 고막 아래에는 음압 진동을 감지하는 감각세포가 놓여 있기 때문에 소리를 느낄 수가 있다. 문제는 고막의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소리는 결국 압력의 변동이므로 넓은 면적에 작용하는 진동력은 크고, 작은 면적에 작용하는 진동력은 작다. 다시 말하면 음압×면적이 진동력이므로 진동력은 압력에 비례하고 동시에 면적에 비례한다. 그러므로 귀뚜라미의 고막이 너무 작아서 큰소리가 들어올지라도 고막에 작용하는 진동력이 작기 때문에 최저 가청음압레벨이 클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곤충들의 최저 가청음압레벨은 30~50dB나 된다. 이 보다 작은 소리는 곤충들이 들을 수 없다.

 곤충들은 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음원의 방향을 알아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접근하던가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리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서는 좌우 고막의 간격이 넓어야 한다.[참조-soryro.tistory.com/202?category=321083]  다시 말해서 좌우로 입사하는 소리의 시간 차이인 ITD(interaural time difference)와 음압레벨의 차이인 ILD(interaural level difference)의 값에 의해서 음원의 방향을 알게 되는데 곤충의 경우는 몸체가 작기 때문에 좌우의 고막 사이의 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ITD와 ILD가 작다. 

 귀뚜라미의 귀 사이의 간격은 1cm이다. 그럼에도 귀뚜라미는 음원의 방위각을 정확하게 감지한다. 귀뚜라미에게는 음압 변화 시스템(pressure-gradient system)이라는 청각 구조를 갖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림 2. 귀뚜라미의 음압 변화 시스템[acoustictoday.org ]

 그림 2에 귀뚜라미의 청각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IT는 음원 쪽의 고막이고 CT는 반대편의 고막이다. 그런데 그림 2에서 보는 바와같이 귀뚜라미의 고막은 호흡기관의 입구인 IS, CS와 튜브로 연결되어 있고 반대편 고막과도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음원쪽 고막(IT)으로 직접 입사하는 소리와 반대편 고막(CT) 및 호흡기관의 입구인 IS, CS(그림 1의 (a) 의 안쪽 두 개의 원)로 입사한 소리가 시스템 공기튜브를 통하여 IT 고막에 전달됨으로써 수컷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대하여 IT 고막의 진동진폭이 20dB 정도나 증가하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다.

 또, 음원쪽 고막 IT로 직접 입사하는 소리와 반대편 고막 CT와 호흡기관의 입구인 IS, CS로 입사하는 소리가 호흡 공기튜브를 통하여 전달되는 과정에서 진폭과 위상의 변화 차이와 전달 시간의 변화에 의한 시간차이(ITD)의 증가로 음원의 방위각 분해능이 증가한다.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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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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