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아파트 앞에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 어느날 까치 두 마리가 번갈아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입으로 물어 나르더니 이제는 제법 집모양이 갖추어져 간다. 아래는 1월 29일에 찍은 사진이다. 아직은 엉성한 모양이다. 까치집은 처음 물어온 나뭇가지를 원 나무가지에 걸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는 집을 짓는 속도가 느리다.

 

                                                            [5일 정도 지은 까치집] 

 

 메타세콰이어 나무에 짓는 까치집을 보니 지금 지상에 살아있는 생물의 종은 어찌되었던지 조상을 잘 두었기에 생존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까치 암수가 앞으로 봄이 올 것을 알고, 봄에는 알을 낳아 새끼를 부화할 자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미리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놀랍다. 그것이 본능이건 까치의 기억에 힘입은 생각이든 결론은 까치는 봄을 안다는 것이고 부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을 겨울 속에서 안다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재활용해 자기집을 짓는다는 사실이다. 어쨋든 조상으로부터 집짓는 방법, 집짓기를 시작해야하는 시점, 어떻게 지어야 까치집의 고유한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를 전수 받았기에 저렇게 집을 지을 수 있는게 아닌가?

 

 위의 논리는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밀림속의 원주민이나  동남아시아의 소수로 구성된 마을 단위의 고산족까지 특유의 환경에서 생존하는 기술을 조상들로부터 전수받았기 때문에 그들이 현재까지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지 기후와 환경에서 농사가 잘 되는 곡식의 선별, 파종시기, 재배법을 습득하여 전수 시킨 조상들 덕에 그들은 살아간다. 어디 농사 뿐이겠는가? 각 부족의 고유한 가옥을 짓는 방법, 각 종 병에 대한 증상과 그 치료법, 약초의 효능 등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조상으로부터 전수 받아 부족이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질병을 다스리는 방법을 모르면 어느 한 순간에 유행병이 돌았을 때 전 부족이 멸족되었을 것이다. 사실 식용과 비식용, 약용을 알아내고 먹거리에 대한 지식의 체계를 갖추는 경우만해도 많은 조상들의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통신마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니 독버섯을 구별하는 지식을 구축하고, 공유하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을까? 

 

 까치 암수는 열심히 집을 짓는다. 부리로 물어온 나뭇가지를 부리로 하나 하나 기존의 나뭇가지 사이로 얽어 놓는다.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는 나뭇가지가 하나도 없도록 꼼꼼하게 짓는다. 부실공사란 있을 수가 없다. 휴일에 지켜보니 조용할 때는 어디론가 암수가 먹을 것을 구하러 가는 모양이다. 배를 채우면 다시 돌아와서 부지런히 집을 짓는다. 그런데 까치집을 중간쯤 지었을 때 까치가 우리집 베란다 화분 받침대에 있는 죽은 고사리풀을 뜯어가는게 아닌가? 집안에 알자리인 둥우리를 만드는 중인 것같다. 그러니 마르고 부드러운 재료가 필요한 것이다. 참 놀랍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면서 둥우리 만들 재료가 어디 있는지를 미리 다 보아 두었던 것 같다. 한 개의 까치집을 짓는데 천개가 넘는 나뭇가지가 필요하다.

 

                  [2016년 2월 23일에 촬영.  거의 완성되어 가는 중이다]

 

 눈이 온 날은 까치가 보이지 않는다. 나뭇가지를 찾을 수 없으니 일단 먹이 구하는게 우선이라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가 보다.  사진에 보면 까치가 얼마나 집을 지으면서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1월 29일 사진이나 2월 23일 사진에 보면 까치집이 좌측으로 치우쳐져 있다. 이는 나뭇가지가 왼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집을 안정적으로 짓고 안쪽 둥지우리부분의 공간 확보를 위해 까치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지었기 때문이다. 

                             

  [까치소리, 신사동에서 녹음, 75초]

 

 또, 까치가 물어오는 나뭇가지는 다 썩은 가지가 아니라 아직은 탄력이 살아 있는 덜 썩은 나뭇가지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뭇가지를 얼키 설키 부리로 얽을 때 보면 나뭇가지가 휘어지되 부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참 놀라운 생명있는 것들의 지혜요, 전통이다. 더욱이 2월 23일에 찍은 까치집을 보면 중간을 경계로 아래쪽에는 V형태지만 중간 위쪽은 ∧형태로 나뭇가지를 얽어 놓음으로써 빗물이 바깥으로 흘러 가게 짓는다. 까치집을 보고도 까치가 지혜가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스스로 지혜를 알아 보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PS.; 3월 6일에도 집 보수는 계속됐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부리로 물고 꺽어서 집 안으로 갖고 들어간다.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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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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