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굼벵이도 급하면 석자 석치(1m 정도)를 뛴다고 했다. 굼벵이는 매미의 애벌레인데 다리가 없다. 그런데도 급하면 석자 석치를 뛴다니 나는 그저 그런 얘기려니 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 말처럼 으레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급하면 굼벵이 같은 미물도 급하게 서두른다는 의미이기는 한데 현실적이지는 못하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급하면 굼벵이도 구른다라는 말이 더 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사진1-단호박에서 나온 호박과실파리 유충

  그런데 굼벵이 같은 모습의 애벌레가 점프하는 것을 실제로 목격하는 경험을 했다. 지난 가을에 단호박을 따다 놓았는데 한 개 단호박이 썩더니 그 속에서 애벌레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나는 구더기가 나온줄 알고 잡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이 애벌레가 점프를 하는게 아닌가? 나는 깜짝 놀랐다. 애벌레가 점프를 하다니...?!   알아보니 이 애벌레는 호박과실파리의 유충이었다. 호박과실파리의 애벌레니까 파리의 애벌레이고 그러니 구더기는 구더기다.  색깔은 아주 연한 노란색을 띠고 있다.

사진2-점프하기 직전의 호박과실파리 유충

  사진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애벌레가 몸을 오므리기 시작한다. 이런 상태에서 사진 2와 같이 애벌레는 최대한으로 몸을 구부린다. 그런 다음 몸을 1자로 펴면서 튕겨 오르게 된다.  튀어 오르는 높이는 약 30~40cm 정도나 된다.  이동거리는 약 15cm 정도를 이동하여 사진 3과 같이 이동하여 떨어진다.

사진3-점프하고 떨어진 호박과실파리 유충

   사진3에서 보면 애벌레는 떨어지면서 몸이 퍼지게 된다.  그러고는 사진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애벌레는 다시 점프하기 위해 몸을 오므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급한 일도 없는데 애벌레는 열심히 점프를 한다.  아니 애벌레가 나를 보고는 겁이 나서 급히 도망가려고 점프를 열심히 하는 것인가? 그러다 보니 애벌레가 눈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사진4-다시 점프하기 위해 몸을 오므리는 호박과실파리 유충

   애벌레는 홑눈을 갖고 있다. 사람은 한쪽 눈에 1억개의 시각세포가 있어서 물체의 모양, 색 등을 제대로 감지할 수 있지만 애벌레는 3쌍의 홑눈을 가지며 하나의 홑눈에는 6~9개의 시각세포만 있기 때문에 어둡고 밝은 정도만 감지가 가능한 것으로 마치 플라나리아의 시력과 유사하다. 그러니 내가 근처에서 어른거리는 것을 감지하고 급히 서둘러 어디론가 멀어지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점프만 하면 멀리 가는 줄 아는 애벌레가 애처롭기는 하다. 차라리 느릴지라도 구석진 곳으로 방향을 제대로 잡고 기어갔더라면 나한데 잡히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애벌레를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거머리가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하룻밤 사이에  일곱 논두렁을 넘는다는 옛 말이 생각난다.

          -------------- by  Dajaehun

 

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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