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날 층층나무 아래에 있으면 작은 빗방울이 얼굴로 떨어진다. 수액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수액이 떨어진다. 그래서 여름날에 나무 그늘 아래 주차를 하면 나중에 차 지붕에 수액이 떨어져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액은 당류가 주성분이라 끈끈하다. 그런데 이 수액이 여러 곤충들에게 주요한 식량이 된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막연하게 매미는 이슬을 먹고 산다는 정도이다.

수액을 빨고 있는 풍뎅이(무료사진 photo AC)

 나무의 굵은 줄기에 상처가 나면 수액이 항상 넘쳐나기 때문에 곤충들이 모여들어 수액 쟁탈전이 벌어진다. 풍뎅이뿐만이 아니라 사슴벌레, 매미, 장수말벌 등이 모여든다. 특히, 장수말벌이나 바다리 같은 벌들은 꿀을 따먹기보다는 곤충을 잡아먹거나 수액을 빨아먹는 잡식성이다. 포도밭이나 배밭의 상처 난 과일의 과즙이나 홍시의 달콤한 즙과 과육 자체를 먹기 위해서도 말벌이나 파리 등이 모여든다.

복숭아 수액을 먹는 말벌
복숭아 수액을 먹는 벌

 아침에 이슬이 젖어있는 시간에 숲에 가면 수액이 섞인 이슬을 먹는 매미, 잎에 묻은 수액을 빨아 먹는 말벌, 수액을 빨아먹는 갖가지 파리 들을 볼 수 있다. 이름 모를 곤충들도 많다. 식물의 이파리를 직접 갉아먹는 쐐기, 나방의 애벌레인 송충이, 나비들의 애벌레, 자벌레, 메뚜기나 여치 이외에 이빨이 없이 빨판과 빨대를 갖고 있는 모든 곤충들은 수액과 과즙으로 연명한다.

파리(우측 끝)
꿀벌(가운데 노란 점)

 여름 한낮에 층층나무 아래에 가면 꿀벌들의 날개짓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치 분봉이 일어난 것처럼 벌 소리가 대단하다. 꽃도 없는데 벌 소리가 하도 심해서 깜짝 놀랐는데 잘 살펴보니 위 쪽 나뭇잎에서 아래쪽 잎사귀 위에 떨어진 수액을 빨아먹느라고 분주하다. 그저 곤충들은 모두 후손을 잇기 위한 배란과 그를 위한 먹이활동만이 있지 않나 싶다.

   ---------  by  Dajaehun

'다재헌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프하는 애벌레-단상(110)  (2) 2020.12.08
노란 거미줄-단상(109)  (0) 2020.12.03
산딸나무 - 재생의 몸부림(단상107)  (0) 2020.08.18
자본주의-단상(106)  (0) 2020.08.18
고향-단상(104)  (0) 2020.04.06
Posted by 다재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