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가 지난해까지만해도 이파리가 무성하여 오목눈이가 둥지를 튼 것도 모르고 지났는데 올해는 이파리가 오그라들고 작고 듬성듬성하여 영 부실하다.  아무래도 문제가 심각하다 싶어 나무 밑둥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껍질이 빙 돌아가며 벗겨져 있다. 이러니 소위 관다발을 통하여 물과 양분 공급이 원할하지 못해 나무가 비실대지 않을 수가 없겠다 싶다.

비실대는 산딸나무

 그래서 열심히 물을 주었다. 그것도 줄기쪽으로 주었다. 뿌리에서는 물을 흡수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줄기쪽으로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의심스러웠다. 사실은 올 봄에 산딸나무가 죽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올 해 장마가 길어서인지 산딸기같은 열매가 맺히는 산딸나무가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

재생부분(흰원내)

  장마가 그친 후, 산딸나무를 살펴보니 위 사진처럼 껍질이 위와 아래쪽에서 성장하여 위 아래가 붙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참 대단한 사건이다. 비록 일부분만이라도 표피가 재생되어 붙어 버리면 관다발이 연결되어 수분과 양분의 공급통로가 확보되기 때문에 산딸나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쪽 표피재생

 산딸나무는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반대 편에도 표피재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표피재생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부분이 색깔을 띠고 있다. 위에는 연한 보라색을 띠고 있고, 아래에는 연한 연두색을 띤채 서로를 향해 기어서 접근하는 모습이다.  오작교의 견우 직녀와도 같은 만남에 대한 간절함이 산딸나무의 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 내린다.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외경이 느껴지는 현장이다.

     ---------- by  Dajaehun   

'다재헌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란 거미줄-단상(109)  (0) 2020.12.03
곤충의 밥-수액(樹液)(단상108)  (0) 2020.08.18
자본주의-단상(106)  (0) 2020.08.18
고향-단상(104)  (0) 2020.04.06
COVID19-단상(103)  (0) 2020.03.20
Posted by 다재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