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물들의 등은 동구스럼 하지만 원숭이와 인간의 등짝은 넓적하다. 특히 사람의 등짝이 더 판판하고 꼬리도 없다. 왜 그럴까? 이 점에 대해 이미 아주 오래전 그리이스 시대에 심사숙고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알려져 오지 않지만 그가 생각한 우화는 신화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해져 온다.

가끔 생각해 보면 너무나 안타까울 때가 있다. 예를들어 최초의 음운문자인 영어의 알파벳을 만들었다는 지중해 연안의 페니키아인은 적어도 어디 바위에 자기 이름을 소리나는대로 적었어야 했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이름을 새기지 않았다. 하여튼 그 자신의 삶에 대한 자세이고 취향임으로 내가 무슨 말을 더 덧붙이랴? 각설하고 등짝에 대해 상상하자.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올림포스산에는 제우스를 비롯한 여러 신들이 살고, 산밑의 다른 땅에는 인간들이 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의 인간들은 지금과 달리 여자와 남자가 한몸에 붙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자웅동체? 등과 등이 붙어 있어 마치 두사람이 등을 맞대고 업어주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둘은 서로가 인생의 짝으로 부부이기도 했다. 짝이 항상 붙어 있었기 때문에 연애라든가 결혼과 같은 번거로운 행사가 없었다. 따라서 인간들은 오로지 운동과 독서 및 무술등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런 이유로 당시의 인간들은 매우 총명하고 지혜가 있었으며 힘도 강했다.

당시의 인간들은 능력이 대단했기 때문에  심심하면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도전을 하였다. 신들은 인간이 아주 귀찮았다. 낮잠을 자려고 하면 인간이 나타나 힘겨루기나 지혜싸움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급기야 신들은 인간들 때문에 잠시도 시간적인 여유를 누릴 수가 없게 되었다. 신의 수보다 인간의 수효가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다.

신들의 불평이 들끓었고 제우스신 자신도 권위의 위협을 느낄 정도가 되자, 신들의 회의가 소집됐다. 회의에서는 여러가지 묘안이 다루어 졌다. 인간들의 지혜를 증발시키는 방법이 거론되고, 도전정신이나 욕심을 모조리 빼앗자는 안건이며, 판도라 상자에 남아 있는 희망을 꺼내자는 제안 등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신들이 선택한 방법은 붙어있는 여자와 남자를 떼어 놓자는 것이었다.

힘센 신이 칼을 갈았다. 칼이 너무 커서 베지 못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는 인간들이 잠든 밤에 몰래 산아래로 내려와 그 칼로 인간들을 내리쳤다. 외마디 비명소리가 여기 저기 어둠속에서 들려왔다.

그 때부터 여자와 남자가 분리 되었다. 칼이 지나간 자리는 판판한 인간의 등짝이 되었다.'

그 이후로, 인간들은 떨어져 나간 자신의 다른 짝을 찾기위해 서로가 사람들 속에서 두리번 거리느라, 신에게 도전할 능력과 용기를 잃게 되었다. 오늘도 결혼한 인간이나 미혼의 인간이나 상관없이 인간들은 거리의 인파속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며 헤매고 있다.

                                                     "내 진정한 짝은 어디메 있노?  으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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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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