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 있다.
옛날에도 불로소득의 야무진 꿈을 꾼 자가 있었으니
그가 '흥부와 놀부' 얘기를 지어낸 것이리라.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준다.
박씨를 심는다.
박싹이 난다.
박꽃이 핀다.
박이 열린다.
박이 여문다.
박을 딴다.
박을 켠다. 왜?
바가지가 필요해서...
박속에 박속이 없다.
박속에 보물이 그득하다.
바가지는 안중에도 없다.
배고픈 흥부가 잘한 짓이라고는
박이 여물기 전에
박꼬지를 해 먹지 않은 것이로다.
[평생을 두고 풀리지 않는 궁금증 하나
----제비는 저런 박씨를 어떻게 구했지?]
저녁 어스름에
박꽃이 홀로 순박하다.
-------by Daj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