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수도꼭지를 틀고 세수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유난히도 수도꼭지에서 물소리가 크게 난다. 전에는 이렇게 크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크게 들린다. 성가시다. 왜 그렇지?

 

 정리-1) 기분 탓인가?

         2) 주변이 조용해서 그런가?

         3) 수도꼭지를 세게 틀어서 그런가?

         4) 수도꼭지가 낡아서 그런가?

 

 문제의 요점을 간략화 하기-1) 수도꼭지의 소음이 내 기분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므로 1)은 무의미함 2)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일어나 수도꼭지를 틀고, 화장실로 외부 소음이 잘 들어오지 않으므로 오늘만 특별히 주변이 조용한 것은 아니므로 2)도 무의미함 3) 수도꼭지를 세게 혹은 약하게 틀어 보면서 소음의 정도를 들어 본다. 수압이 센 경우, 실제로 세게 틀면 소음이 커지고 약하게 틀면 소음이 잦아든다. 가능성이 있다. 4) 전에는 조용했는데 오늘 시끄러움을 의식했다. 실제로 낡은 수도꼭지에서 소음이 더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가? 조사가 필요하다.

 

 왜 그런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시작한다. 즉, 수도꼭지의 소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처음에 소리가 발생하는 음원에 대한 문헌을 조사하고 유체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원리를 탐구하면서 실험 계획을 세운다. 먼저 소음 측정기를 구비하고 그 사용법을 익히고 소음에 대한 물리적 단위를 이해한다. 또, 수도꼭지의 물 흐르는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유속측정기를 준비하고 그 작동원리를 이해한다. 다음은 일정거리에 소음기를 고정하고 유속에 따른 소음의 크기를 측정하여 어느 유속에서 소음의 급격한 변화가 생기는지를 그래프로 그려 확인한다.

하나의 관찰 사실이 얻어 진다. 유속이 어느 특정 값 이상일 때 소음이 발생하기 시작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그 이유는 모른다. 문헌을 조사한다. 유속과 소음이 어떤 상관성이 있는가? 문헌을 찾아도 제대로 설명해 놓은 부분을 찾을 수가 없다. 문헌도 부족할뿐더러 있는 문헌을 뒤지고 찾는데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또, 문헌을 찾아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이런 부분에서 필요하다. 전문가는 이미 문헌의 내용을 머릿속에 갖고 있든가 아니면 어떤 원리로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든가 적어도 어디에 유사한 현상이 있는지를 알고 있다. 전문가가 말한다. “시냇물은 졸졸 소리를 내면서 흐르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조용히 흐른다.”

 

 그러면 수도꼭지의 소음문제는 시냇물이 왜 졸졸 소리를 내는지 하는 문제로 옮겨간다. 다시 문헌을 찾는다. 시냇물은 낙차가 있는 곳에서 소리가 난다. 강물은 낙차가 없기 때문에 조용하다. 시냇물이나 강물이나 폭포에서는 큰 소리가 나지 않는가? 낙수 물처럼 돌이나 흙을 직접 때려 소리가 날 수도 있지만 폭포수는 웅덩이 물로 낙하하는 경우에도 소리가 크게 난다. 왜 낙하하는 물에서 소리가 나는 걸까? 그것은 공기방울이 있기 때문이다. 공기 방울이 있으면 소리 세기를 백 만 배 정도 증가시킨다. 물이 낙하하며 물과 충돌할 때 백색잡음 같은 다양한 진동수의 진동이 발생하고 각 공기방울 즉, 기포의 크기에 대응한 진동수 성분이 공진하여 소리가 나는 것이다. 따라서 기포가 잘 형성되는 시냇물은 소리가 나고 강물은 기포가 없어 조용하다. 마찬가지로 파도가 암벽에 부딪히는 소리는 ‘찰싹’이지만 기포가 형성되면 ‘쏴아’하는 소리로 들린다.

 

 그렇다면 수도꼭지에서 어느 특정 유속 이상이 되면 공기방울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그것은 정상류 흐름에 대한 베르누이의 법칙에 따라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간단하게는 수도 파이프내벽에 이물질이나 부식물에 의한 돌기가 만들어 졌든가 아니면 수도꼭지 구조가 매끈한 물 흐름을 방해하는 구조라서 소용돌이가 발생하여 기포가 형성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에 수도가 새것이었을 때는 소음이 작았을 것이나 오래되면 부식에 의한 기포 발생이 많아져서 진동이 심해져 파이프 외부로 소음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란 사실을 파악하게 된다. 필요하면 부식이나 수도꼭지의 구조를 확인해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우리는 수도꼭지의 소음발생에 대한 연구를 수행 하였다. 연구는 어떤 현상의 근본 원리를 파악하는 것으로 조사, 탐구, 실험, 측정 등의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이제는 수도꼭지에서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리를 해야 할 것이다. 연구가 끝나면 수리나 개선을 위한 작업 방향, 개선 방향, 개발 방향 등은 어렵지 않게 결정이 된다. 수도꼭지를 교체하고, 파이프 내벽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은 작업자가 할 수 있다. 물론 장비가 필요하겠지만 단순 장비를 사용하는 일은 연구 활동이 아니다. 다만, 수도꼭지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물 흐름이 정상류 흐름을 유지하도록 물의 통로를 유연하게 만들고 물과 수도파이프나 수도꼭지와 점성마찰이 생기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구조 변경을 해야 한다. 이는 수도꼭지 개발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연구 결과인 원리를 알면 개발은 쉽다. 그러나 원리를 알지 못하고 개선, 개발을 한다면 시행착오적인 방법을 적용해야 하므로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의 개발로 시간과 인력,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기술적인 측면으로 말할 때, 연구는 High technology에서 양보다 질적인 우수성이 요구되는 행위이고, 개발은 Low technology에서 질보다 양적인 작업성이 요구된다. 결국 원리를 알면 기술이 보인다.

 

 

 

                                           -------------------- by  Dajaehun

 

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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