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다루는 광학(Optics)에서 심리적인 요소를 가미한 심리광학(Psychooptics)이라는 말은 없다. 이는 눈으로 보이는 현상은 모두에게 서로 다른 측면(피카소적 측면과 근시, 원시, 난시와 같은 측면)으로 보일지라도 동일하게 인지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일 수 있으며, 사람은 대부분의 정보를 눈으로 받아 들이기 때문에 심리학 자체가 심리광학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마도 전자 보다는 후자가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착시현상이 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각에 있어서는 귀의 구조나  청각 유모세포의 파손 정도에 따라 개인마다 소리에 대한 인지 정도의 차이도 크고, 소리는 빛과 달리 감정이 실려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요소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심리음향학(Psychoacoustics)이 있을 수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심리음향학은 소리의 감정 특히, 인간 대화음의 감정을 다루는 분야는 아니고 소리 인지 즉, 소리에 대한 주관적인 청각 그 자체와 청감각적 신호에 대한 대뇌의 반응을 다루는 학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심리음향은 주관적인 청각을 인정하고 출발하기 때문에 소리를 매일 들으면서도 소리의 물리현상을 잘 몰라서 전문가의 해석에 의지한다던지, 소리를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나 어낼라이저(analyzer)로 시각화 하여 설명하려 한다던가, 전문가라는 사람들 조차 엉터리 해석을 하기도 하고, 그래도 대중들은 그런가 하면서 반신반의 하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심리음향학이라는 학문이 형성된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음원의 진동에너지가 매질로 전달되어 공간으로 전파되는 물리현상이 소리임은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진동하는 물체 표면에 인접한 공기분자(주로 산소와 질소)들이 뭉치고 흩어지면서 소밀한 변화 즉, 국소적인 공기의 압력변화가 인접 공기에 전달되어 공간으로 전파하는 현상이다. 이 때 공간의 한 점에 마이크(microphone)를 놓아 압력변화를 전기신호로 바꿔 오실로스코프로 파형(waveform)을 볼 수 있다. 이 파형이 정현파(sinusoidal wave) 모양이면 주파수 성분이 하나인 순음(pure tone) 즉, 심리적으로 맑은 소리이며 주파수가 다른 여러 정현파가 더해지면 복잡한 파형의 복합음(complex tone) 즉, 심리적으로는 탁한소리가 된다.

 

 소리를 표현하고 물리적으로 다루기 위한 물리량에는 진폭(amplitude, 단위: 입자변위진폭(m), 음압진폭(Pa), 매질입자 속도진폭(m/s)), 주파수(frequency, 단위:Hz), 주기(period 단위:sec), 파장(wavelength, 단위:m), 위상(phase 단위:radian) 등이 있으며, 1제곱미터를 1초에 지나가는 소리에너지인 세기(intensity)가 있다. 그러나 소리에 대한 청감각적인 표현은 크다(강), 작다(약) 라던가 높다(고), 낮다(저) 라던가 맑다(청), 탁하다(탁) 라고 평한다. 아무튼 앞의 물리량은 직접 측정이 가능하지만 뒤의 감각적인 표현량은 측정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감각적인 표현량은 여러 사람의 반응량에 기초한 통계적 처리로 획득한 정보를 직접 측정이 가능한 물리량으로 대체하여 표현한다.

 

 위에 주어진 물리량은 서로 상호작용하여 감각적인 양을 결정하지만 그래도 소리의 크기 즉, 강약은 주로 세기에 따라 결정되며, 소리의 음높이 즉, 고저는 주로 주파수로 표현된다.  그러나 소리의 세기는 Joule/(secx제곱미터)=Watt/제곱미터로 주어지는 물리량이지만 인간의 감각의 역치에 대한 베버-페히너의 법칙(Weber-Fechner's law)에 따라 정의된 다시말해 감각의 법칙에 따라 구해진 로그함수적으로 정의된 량을 사용한다.

 

 19세기 초에 살았던 독일인인 Weber는 무게의 변화를 느끼는 인간 감각에 대한 베버상수를 발견했다. 베버상수=인간근육감각이 느끼는 최소한의 무게변화량을 처음무게의 세기로 나눈값으로 정의된다. 이 베버상수는 그 후에 인간의 여러 감각 즉, 시각, 후각, 청각 등 에 적용하게 되고 페히너가 그 후에 이를 더 발전시켰다.  특히, 페히너는 인간감각으로 받아들인 정보가 정신심리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했고 실제로 물리적인 양의 자극을 감각적으로 받아 들이는 현상은 심리적현상이다. 그러므로 이런 측면에서 보면 모든 감각 부분에 대응하는 심리적인 학문분야가 생겨날 법도 하다. 그럼에도 유독 음향학에 심리란 말을 붙여 심리음향학이란 분야를 연구하게 된데는 19세기 말의 수학자이며 음향학자인 헬름홀쯔(Helmholtz)가 청각 세포와 감각을 결부시킨 생리적인 연구를 '심리음향학'이란 책으로 발표하면서 음향학에서만 유독 청감각의 현상을 다루는 분야를 심리음향학이라 부르게 되었다. 아무튼 감각적인 양을 심리적인 양 즉, 심리량으로 볼 수 있다.

 

 베버-페히너 법칙은 베버상수를 , 물리적 세기를 라고 할 때,  이므로 이를 적분하면 가 되고 적절한 적분상수를 선택하여 정리하면 로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간감각은 베버-페히너 법칙에 따라 로그함수(logarithm)적으로 반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리의 크기에 대한 감각적인 양을 현장음의 소리의 세기()를 기준음의 세기()로 나누어 로그함수를 취하여 나타낼 수 있다.  즉, 가 된다. 이 값의 단위는 Bel이다. 여기서 는 건강한 젊은이가 간신히 들을 수 있는 1000Hz의 소리의 기준세기로 10의 -12제곱 Watt/제곱미터의 값이다. 그러나 Bel 단위로 나타내면 소리의 세기를 나타내는 심리량의 수치가 0~15의 범위가 되기 때문에 적당한 간격으로 그 값을 주기 위해 에 10배를 해서 0~150의 범위값으로 소리의 크기에 대한 심리량을 주고 있다. 단위는 1/10이란 접두어인 deci를 붙여서 deciBel=dB로 준다. 그런데 소리의 세기인 물리량은 직접 측정하기가 아주 어렵다. 소리파동의 파면이 평면이 아니고 구면형태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1제곱미터 크기의 면에 대한 측정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에 사람의 귀는 좁은 국소적인 부분의 물리량만 알면 된다. 따라서 소리는 대기압에 대한 압력의 교란이고 그 교란인 음압(sound pressure)은 마이크로 측정이 쉽기 때문에 소리크기는 세기와 음압의 관계로부터 dB로 쓸 수 있다. 여기서 P는 소리의 크기를 측정하고자 하는 지점의 음압이고 이다. 이처럼 음압으로 구한 소리의 크기적 양을 SPL(Sound Pressure Level)이라 하며 이는 감각적인 베버-페히너 법칙으로부터 정의됐지만 사실은 물리량으로 간주해도 큰 문제는 없다. 음압을 직접 로그적으로 표현한 값이기 때문이다. 즉, 물리량인 음압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고 감각적인 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 1]     Fletcher-Munson Curve(파란선)  from Wikipedia

 

 소리의 세기(intensity)가 같을지라도 주파수가 다르면 청감적인 소리의 크기를 달리 듣게 된다. [그림1]에 Fletcher - Munson curve라고도 부르는 순음의 등감곡선(Equal Loudness Curve)을 주었다. 1000Hz의 소리와 같은 크기로 듣기는 다른 주파수의 SPL값을 연결한 그래프이다. 그래프를 보면 1000Hz 보다 낮은 소리에 대해 인간의 귀가 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그 보다 덜하기는 하지만 고음 부분도 3~4 kHz 이상에서는 청감각이 둔하다. 다시 말해 1000Hz에서 40dB인 소리와 같은 크기로 듣기는 100Hz 소리는 58dB은 되어야 하고, 10000Hz의 소리는 53dB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고음과 저음에 대하여 귀는 덜 민감하다. 반면에 3~4kHz의 소리에서는 34dB이면 1000Hz의 40dB 소리와 같은 크기로 듣기므로 인간의 청감각은 3~4kHz에서 가장 민감하다. 아무튼 등감곡선 그래프의 같은 커브에서는 주파수가 다르고 음압이 다를지라도 같은 크기의 소리로 듣긴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같은 크기로 듣기는 커브의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심리량의 단위로서 폰(phon)을 사용하는데 각 각의 커브의 폰값은 1000Hz에서의 SPL값으로 정의된다. 등감곡선에서 알 수 있는 한가지 특징적인 점은 폰값의 작은 소리가 폰값이 큰 큰 소리보다 등감곡선의 가청영역 20Hz~20kHz에서 변화폭이 심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폰(phon)도 dB의 단위로 나타내기 때문에 40dB의 소리가 20dB의 소리 크기의 2배가 되지는 않는다. 즉, 소리의 크기에 대한 선형성(linearity)을 나타내지 못한다. 따라서 주관적인 심리량이라고 부르는 폰도 진정한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심리량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표 1] 음압과 loudness sone의 관계,  phon과 sone의 관계     from  Wikipedia

 

 사람들이 듣기는 소리의 주관적크기를 배수관계로 나타내기 위해서 손(sone)이라는 단위를 도입했다. 1sone은 40phon의 소리 크기로 정의 된다. 40phon을 1sone으로 정의한 이유는 초기에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가장 약한 소리와 고통을 느끼는 소리의 크기를 0~100의 범위로 나타내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표1]에서 보는 바와같이 고통을 느끼는 문턱값의 기준이 나중에 676으로 높아졌다. 하여튼 [표1]의 아래 부분에 주어진 phon과 sone의 관계를 보면 50폰(2손)은 40폰(1손)의 두배 크기의 소리이고, 100폰(64손)은 40폰(1손)의 64배=배의 크기이다. 즉, 10폰이 증가하면 2배의 소리 크기가 된다.  x phon을 y sone으로 다음의 관계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역으로 x sone을 y phon으로도 변환할 수 있다.

 

                                                    

 

   이와같이 phon과 sone의 정의를 살펴보면 둘 사이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즉, phon은 크기 레벨(Loudness level)의 단위이고,  sone은 크기(Loudness)의 단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sone 단위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소하기는 하지만 sone이 소리크기에 대한 진정한 심리적 양이라고 할 수 있겠다.  

 

 

                            -------------------------------------- by  Dajaehun

 

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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