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보이지 않는 것의 매개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해석기하학을 발명한 Rene Descarte는 말했다. 21세쯤 방법적 회의에 빠져 기존에 쌓은 지식이 쓰레기 같은 내용이라서 모두 내버리고, 명약관화하게 판명된 것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명약관화함을 누가 판단하는가? 생각하는 나다. 그러므로 생각하는 나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사람은 생각을 어떻게 나타내는가? 생각을 말로 표현한다. 말은 소리이다. 그러므로 소리로 생각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소리는 공기에 나타나는 진동으로서 공기의 압축과 팽창의 반복이지만 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소리가 생각을 싣고 입에서 나와서 귀로 느끼게 된다. 신기하다.

 

 

  옛날부터 소리의 이런 현상 때문에 소리자체를 초자연적인 것으로 여겼다. 소리에 기가 있어서 맹수가 다른 동물을 포효로써 제압하고, 천둥소리로 비를 내리며 바위돌도 굴러 내리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은 정신병자를 토굴속에 가두고 큰소리로 겁을 줘서 정신치료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도 했다. 아무튼 소리의 신비함에 대한 믿음은 결국 음악에 대한 전 인류적 관심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집트 사제들은 음악의 힘을 종교의식에 활용했으며 음악에 마법적인 힘이 있다고 믿기도 했다. BC 500년경 그리스에서 살았던 피타고라스는 음높이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음계의 기초를 정립하였으며, 음계이론을 행성의 '천상의 음악'으로 까지 의미를 확장하였다. 가령 목성은 베이스, 수성은 바리톤, 화성은 테너, 지구는 알토, 금성은 소프라노에 대응한다고 믿었다. 그리스 로마의 야외극장이 음향학적으로 잘 설계됐다는 사실은 널리 회자되지만, 로마의 극장 배우들은 관중들에게 목소리가 잘 들릴 수 있도록 입에 메가폰 같은 작은 확성기를 달았다고 전해진다. 마이크와 앰프, 스피커 같은 소리의 진폭을 키우는 음향시스템이 없던 시절의 고육책이었다.  행성에 관한 법칙을 발견한 케플러 조차도 천상의 음악에 심취하였다.

 

  보이지 않는 소리에 생각과 감정을 실어 보내고, 어떤 상황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은 놀랍고 신비하다. 이 때문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목소리로 아브라함과 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며,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할 수 있었다는 종교적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공자나 석가모니나 설교를 했을 뿐 책을 쓰지 않았다. 말 소리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존재성을 소리가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빛이 없는 어두움의 뒤편의 존재감이 소리를 매개로 인식되고 확인되며 결국은 그 존재감이 믿음으로 확신된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통로, 마법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망원경, 하늘문을 여는 열쇠가 바로 소리이다.

 

 

                            [그림] 악기음과 스펙트럼( by Brown J.C. from J. Acoust. Soc. Am 1999)

 

  이와같은 소리의 특이 현상 때문에 소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특이한 소리에 대한 오해도 많은 것이다. 학자들은 소리를 시각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런다고 소리를 통한 대상을 눈으로 알 수는 없게 된다. 언어만은 분석으로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는 기억된 데이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특이한 소리의 의미는 절대로 알아 낼 수 없다. 동물 소리를 아무리 분석해도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사실과 동일하다.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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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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