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청동으로 빛나던 태고의 영광은
세월의 파도에 녹슬어 향수바른 발아래 묻히고
꾸며진 전설같은 열반의 세계 설하며
천년 만년 고뇌와 번뇌로 울었다.
꽃향기 가득한 골짜기 지나
긴 날 풍성한 여름 숲의 바스라진 햇살
그 나른한 이완의 근육 어루만지고
세속의 먼지 소나기로 재우며
현란한 우수로 변색하는 가을의 영혼 다독이고
밤색의 겨울 숲새 깃털 고르며
가난한 보상 메아리로 채우는 영겁의 세월
흔들리는 연꽃의 파문으로 강물에 꽃잎 띄워
보이지 않는 백팔개의 매듭 풀어헤치며
무지개 시작되는 저 언덕 서방정토에
有垢한 영혼 맑게 씻어 보내려니
광막한 이 언덕에 홀로 있게 되었다.
해갈음의 고리로 이어지는 세월의 연(緣)속에
당좌에 어혈지는 고통으로 쉬어진 설법의 말씀
보신각 종루에 매달려 울고 웃다가
기어이 한 주물공의 억센 손으로
피안에 던져 졌구나.
----------------------------------- by 韻交(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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