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청각적 자극으로 인간심성의 가장 깊숙한 곳을 자극하는 예술이기는 하지만, 형체가 없는 일과성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음악은 시간에 따라 연속적인 연주음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음악은 계속적으로 재생하여 들어야지 진정한 맛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악기음이 악기마다 음색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동일 음악이라도 연주하는 악기에 따라 느끼는 감흥도 다르며,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성의 자극도 다르다. 특히 관악기의 음색이 가장 다양한데 이는 음색이 악기의 길이, 관의 단면적, 취구로부터 거리에 따른 단면적의 변화율, 지공의 위치, 지공의 크기, 취구부의 모양과 소리 발생방법, 악기재료 등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음색은 소리 파형(wave form)으로 결정되며, 이 파형은 기본주파수와 배음주파수들의 에너지 분포 즉, 배음주파수의 진폭의 분포에 따라 서로 다른 모양을 갖는다. 이 때 주파수에 대한 에너지 분포도를 스펙트럼(spectrum)이라 부르며, 소리신호를 Fourier 변환, 분석하는 Sound Analysizer로 구한다.
[그림1] flute의 B3(247Hz), A4(440Hz)의 파형과 스펙트럼(from Hyperphysics)
목관악기의 종류
목관악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화된 관악기라고 할 수 있다. 목관악기는 기본적으로 소리를 발생시키는 방법과 관 길이를 지공(finger hole)을 여닫는 방법으로 변화시켜 음높이를 조절하는 방식이 금관악기와 구별된다. 다시 말해 입김을 직접 불어넣거나 갈대나 대나무를 얇게 켠 리드(reed)를 취구(mouth hole)에 부착해 소리를 내고, 튜브의 측면에 지공(finger hole)이 있는 점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서양악기로써 대표적인 목관악기는 레코더(Recorder), 플롯(Flute), 클라리넷(Clarinet), 바순(Bassoon), 색소폰(Saxophone) 등이 있으며 국악기로는 대금, 단소, 피리(세피리, 향피리, 당피리), 태평소 등이 있다.
[그림2] 레코더, 플롯, 클라리넷, 색소폰, 바순
[그림3] 대금, 단소, 향피리, 당피리, 태평소
목관악기의 취법
목관악기도 금관악기와 같이 공기기둥의 고유 진동주파수에 일치하는 진동이 입력될 때, 공진현상(resonance)에 의해 소리가 확대되어 악기음이 발생하는 원리는 동일하다. 이때 공기기둥 즉, 기주(氣柱)에 진동을 입력하는 방법이 곧 취법(吹法)이다.
금관악기는 입술진동을 이용한 립리드로 입력하는 취법으로 악기를 연주하지만, 목관악기에서는 크게 2가지의 취법이 있다. 하나는 에지톤(edge tone)을 이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리드의 진동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리드에는 단일리드와 더블리드가 있다.
1) 에지 톤(Edge tone)
세로로 세워서 연주하는 종취악기인 레코더나 단소, 가로로 연주하는 횡취악기인 대금, 플롯의 경우 에지 톤으로 관내 공진을 일으킨다. 에지 톤은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입김을 슬릿(slit)으로 불어 넣으면 에지에 부딪혀서 와류가 형성되고 이 와류에서 관내로 유입된 와류가 주기적인 진동으로 관내의 공기를 공진시킴으로서 소리가 발생하게 된다.
[그림4] 에지톤의 발생과 기주진동
[그림4]는 레코더나 호루라기에서 소리가 발생하는 원리를 잘 설명해준다. 빈병의 주둥이를 불 때, 발생하는 소리도 위와 같은 에지 톤 원리가 적용된다. 단, 플롯이나 대금과 같은 경우는 [그림5]와 같이 입술 자체가 슬릿 역할을 하며 취구의 일부가 에지 역할을 함으로써 소리가 발생한다.
[그림5] 횡취악기의 단면
에지 톤은 입김의 유속이 클수록, 슬릿(횡취악기: 입술)과 에지 사이의 거리가 짧을수록 높은음을 발진한다. 이는 빈병을 불 때, 고음을 내려면 입김을 세게 불던가 아니면 입술을 병 주둥이에 좀 더 가까이 대고 불어야 하는 경험적 사실과 잘 일치한다.
2) 리드(Reed)
리드는 클라리넷, 색소폰 등에 사용하는 단일리드(single reed)와 피리, 태평소, 바순, 호드기 등에서 사용하는 더블리드(double reed)가 있다. 단일리드나 피리의 리드인 서(舌)는 대나무로 만든다. 단, 바순의 더블리드는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갈대의 일종으로 만든다.
탄성을 갖는 얇은 판인 리드는 평소에 1mm 정도 내외만큼 열려있다. 연주시에 리드를 입에 물고 입김을 불어 넣으면 리드 안쪽으로 공기가 들어가는 유속에 의해 리드 안쪽의 압력이 낮아진다. 그러면 리드 외부의 높은 압력에 의해 리드가 닫힌다. 닫히면 다시 리드의 탄성력(복원력)에 의해 리드가 열리고 열리면 입김이 유입되고 그러면 외부압력으로 다시 닫히고 열리고를 반복한다. 즉, 리드가 진동한다. 여기에는 유체의 정상류 흐름에서 동압(動壓)과 정압(靜壓)의 합이 일정하다는 베르누이의 원리가 적용된다. 아무튼 [그림6]에 리드의 사진, [그림7]에 단일리드와 더블리드의 진동양상을 나타냈다.
[그림6] 클라리넷과 바순의 리드(from Hyperphysics)
[그림7] 리드의 동작원리와 주기진동
관내 정상파와 지공의 역할
1)공진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에지 톤이나 리드에 의해 튜브 내 기주에 주기적 자극이 주어지면 정상파를 형성하며 공진한다. 공진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공진이란 시스템의 고유진동 주파수와 일치하는 주기적인 외력이 작용할 때 시스템이 가장 크게 진동하는 현상이다. 이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에너지가 고유주파수와 같은 주기로 공급돼야만 시스템에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역학적인 저항 관계로 말한다면 시스템이 고유 공진주파수로 주어지는 주기적 외력에 대하여 임피던스가 가장 작게 작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무튼 어느 악기든지 간에 즉, 립 리드, 에지 톤, 리드로 발진을 시킬 때 어떻게 기주의 고유 공진주파수로 진동을 시키는 것인가? 다양한 주파수를 입력하여 그 중에 고유 공진주파수와 동일한 주파수가 공진하는 것인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관내 역학적 임피던스가 작용하여 리드나 에지 톤을 컨트롤하여 공진 주파수로 진동하게 한다. 쉽게 말해서 빈병을 불 때 우리는 입김을 조절하여 큰소리로 공진하도록 입김 세기나 위치를 맞추지 않는가! 실제로 이런 일이 연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공을 열고 닫을 때 마다 공진주파수가 달라지고 즉, 임피던스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최적 조건으로 입김의 세기나 에지에 대한 입술의 위치 등을 찾아 연주해야 한다. 이는 부단한 연습을 통해서만 획득 가능한 연주자의 테크닉이기도 하다.
에지 톤으로 발진하는 레코더나 플롯 및 대금의 기주는 개관 즉, 양쪽이 열린 관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정수배의 배음구조를 가진다. 클라리넷은 리드 쪽은 막히고, 벨 쪽은 열린 폐관으로 작동하므로 홀수 배음구조를 갖는다. 오보에나 바순, 색소폰은 튜브가 코니컬(conical)하므로 양쪽이 열린 개관과는 좀 다르지만 정수배의 배음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국악기인 피리는 원통형 관임으로 리드 쪽은 막히고 관 끝은 열린 폐관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피리는 클라리넷과 유사하게 기본음과 그 홀수배음으로 이루어진 음색을 갖는다.
2) 지공의 역할
목관악기의 특징 중에 하나가 지공을 막고 여는 방법으로 관 길이를 변화시켜 음정을 맞춰 연주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악기는 손가락으로 지공을 막고 열어 연주한다. 그러나 서양악기는 레코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패드(pad)로 지공을 여닫는다. 이 패드는 키(key)에 붙여져 있다.
[그림8]에 클라리넷과 코니컬 튜브의 지공의 기능을 표현해 놓았다. 기본적으로 지공이 열리면 그 위치에 정상파의 배가 만들어진다. 즉, 지공이 열린 위치의 공기입자의 변위 진폭이 최대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리드 가까이 있는 지공을 열수록 튜브의 길이가 짧아지는 효과가 나타나 고음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개관이든 폐관이든 코니컬 튜브이든 상관없이 지공을 열면 그 위치에 정상파의 배(antinode)가 형성되어 공진음의 파장이 짧아져 공진주파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상파 개념은 현악기의 원리를 참조(http://soryro.tistory.com/102)]
[그림8] 클라리넷의 지공과 코니컬 튜브의 지공의 역할(from Hyperphysics)
목관악기는 리드나 취구 가까이에 지공을 뚫어 한 옥타브나 두 옥타브 높은 음역을 연주 가능하게 한다. 국악기에서는 이를 후공(後孔)이라 부르며 서양악기에서는 레지스터 키(resistor key)라고 부른다. 이들 후공이나 레지스터키를 열면 그 위치에 정상파 기주진동의 배(antinode)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음역 연주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물리적 해석은 실제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는 과학적 이론과 실제 상황 사이의 괴리와도 같다. 실제 상황은 다양한 변수가 수없이 간섭하는데 반해 이론은 주된 변수 몇 가지만 선택하여 해석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론은 악기를 제조하거나 튜닝을 하는 기준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그 당위성이 주어진다.
서양악기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최선의 악기가 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장인들의 손을 통해 변신에 변신을 거쳐 오늘날로 전수되었다. 물리음향학적인 해석은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정립될 수 있었다. 그러나 국악기는 어떤가? 이론적 해석은 미미하고 과거에 만들어진 악기가 개선되기는커녕 온전한 상태로 전수되지도 못한 채 악률마저 흐트러져 있는 상황이다. 실례로 피리나 대금의 지공간격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작 시에 지공과 지공 사이를 손가락 몇 개가 들어가는 간격이라는 식으로 대충 간격을 잡아 제작한다. 악학궤범에 기록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손가락 굵기가 사람마다 다르니 어찌 제작의 기본 틀이 유지될 수 있단 말인가? 또, 자연물인 대나무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굵기가 제 각 각 이요, 곧기도 다르기 때문에 악기마다 지공의 간격이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대나무 모양과 상태에 맞추어 장인의 경험으로 지공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이 국악기를 배우고 익히기가 어렵고 특정음을 연주하기 위한 취법을 따로 전수받아야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국악의 음계표준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악기형태의 통일과 취법의 일관성을 위해 재료와 크기 등에 대한 표준제정 연구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국악의 전통성이 물리음향학적인 연구와 해석을 요청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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