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시각과 후각이 잘 발달된 곤충이다. 그러다 보니 파리의 청각은 언급조차 잘 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파리는 고막이 없고 모기처럼 안테나로 소리를 듣는다. 

 여기서는 특수한 고막을 갖는 'ormia'라는 파리의 청각을 살펴 본다. 파리 중에서 고막을 갖고 있는 이 특수한 ormia 파리는 주로 미국의 동남부인 플로리다 및 조지아주 지역에 서식한다.

그림 1. 귀뚜라미 등에 앉아서 애벌레을 낳고 있는 ormia 파리(http://nelson.beckman.illinois.edu/)

 그림 1에 ormia 파리가 있다. 이 파리는 귀뚜라미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는 소리를 듣고 수컷 귀뚜라미를 찾아가서 그 몸에 애벌레를 넣는다. 애벌레는 7일 동안 귀뚜라미 속에서 성장한 후에 밖으로 나와서 번데기가 된다. 애벌레가 빠져 나간 뒤에 귀뚜라미는 죽는다.

그림 2. (a) ormia 고막 (b) A:고막 입력 음압 B: 고막 반응 진동 (c) 고막 진동 모형[a,b-acoustictoday(2017년 여름호), c-http://nelson.beckman.illinois.edu/]

 그림 2에 ormia의 고막 사진을 주었다. 언뜻보기에 마치 고릴라의 얼굴처럼 보인다. 고막은 ormia 머리 아래에 있기 때문에 이 고막 사진은 머리를 떼어내고 찍은 것이다. 청각기관의 전체 크기는 2mm이고, 한쪽 고막의 넓이는 1㎟로 아주 작다. 사진의 PTM(prosternal tympanal membrane)이라고 적은 부분이 고막이다. 그리고 고막과 고막 사이에 분홍색으로 연결된 소위 흉골이 있고 흉골의 양쪽 오목한 구멍 부분 뒤로 신경세포가 연결되어 있다. 아무튼 문제는 좌우 고막의 간격이 약 0.5mm이기 때문에 물리적 계산으로 최대 ITD는 1.5㎲이고, ILD는 1dB 이하가 되는데, 실제로는 음원과 같은 쪽의 고막과 반대편 고막으로 동일한 음압이 입력될지라도 그림 2의 (b) 아래 그림처럼 음원과 동측 고막과 반대편 고막의 반응을 보면 ITD는 55㎲이고 ILD는 10dB 이상의 큰 값으로 측정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그 답을 Robert D. et al.(1996) 등이 연구하였다.

 Robert D. 등에 의하면 그림 2의 (a)의 고막 사진에서 분홍색으로 처리된 흉골이 (c)에서와 같이 유연한 회전축(flexible hinge) 역할을 하기 때문에 ITD와 ILD 값이 커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좌우 고막의 대칭, 비대칭의 두가지 진동모드의 합성으로 음원과 같은 방향의 고막은 진동폭이 증가하고, 음원과 반대편 고막은 진동폭이 오히려 감소하기 때문에 ITD와 ILD의 값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ormia는 좌우 고막의 간격이 0.5mm밖에 안 되는 귀를 갖고도 수 cm에서 수 m 거리에 떨어져 있는 귀뚜라미의 소리를 듣고 정확히 위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Ormia의 고막 구조에서 힌트를 얻어서 보청기용 마이크를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귓속형 보청기(ITE)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대화음과 주변 소음을 분리하여 주변 잡음을 제거한 보청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고도 지향성이 큰 마이크가 필요하다. 이같은 요구에 부응하는 마이크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ormia의 고막 구조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보잘것 없는 작은 파리 하나에도 이같은 놀라운 능력이 탑재되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이롭기 짝이 없다. 

 

ITD: Interaural time differance
ILD: Interaural level differance
참조- https://soryro.tistory.com/202[건축 음향학3]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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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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