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과 벌

상상우화 2010. 2. 1. 23:48
 

사람들이 분류해 놓은 고생대가 끝나갈 무렵 그러니까 지금부터 2억년 전쯤에  겉씨식물이라는 소나무나 소철, 은행나무 등이 지상에 처음으로 생겨났다. 그들은 후대의 석탄이 되고, 중생대에 공룡들의 먹이가 되는 식물들이었다.

바야흐로 세월이 흘러 6천만년 전쯤에 즉, 중생대가 끝나갈 무렵 쯤에 속씨식물들이 세상에 나올 채비를 하면서 일종의 속 차리기 위한 속씨식물회의가 열렸다.


"우리는 겉씨식물들처럼 세상에 나가 바보스럽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겉씨식물들은 겉멋만 들어서 정력을 쓸데없이 낭비하고 있습니다. 소나무를 보십시오. 음력 4월이면 송홧가루가 온 천지에 날려 비만 오면 누렇게 물들지 않습니까? 결국 솔방울로 가야 할 꽃가루가 땅에 떨어지니 낭비도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오늘 이 문제를 해결한 후에 세상에 나가고자 한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앞으로 배추로 태어날 씨앗이 기조연설을 했다.

"그러면 우리들은 어떤 방법으로 겉씨식물들의 바보짓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도라지 씨앗이 간절한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질문을 했다.


그때 호박꽃으로 태어날 호박씨가 의견을 피력하였다.


"내가 아직 세상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은행나무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세상에는 벌과 나비라는 곤충이 있다는 거야. 그러니 우리는 날개를 갖고 있는 그 곤충들에게 가루받이를 부탁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맨입으로 부탁만하면, 개네들이 우리 꽃가루를 암술머리로 옮겨 줄까?  옮겨 주기만 한다면 꽃가루를 많이 만들지 않아도 대가 끊길 염려는 없을텐데..... 어떻게 부탁을하지? 내가 듣기로 벌과 나비는 아직 입에 맞는 음식을 찾지 못해서 생활이 아주 어렵다던데...... 그래! 그렇다면 무엇인가 먹을 것을 주면서 부탁을 하면 어떨까?" 


사과 꽃 씨앗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난초 꽃이 먹거리 보다는 유인작전을 쓰자는 제안을 하려고 일어서자  밤꽃씨앗 즉, 밤톨이 ‘사기꾼은 빠지라’고 제지하며 목에 힘을주며 소리쳤다.

"옳소! 결국은 [give & take]니까 우리는 벌과 나비에게 달콤한 먹거리를 만들어 주고, 다리에 꽃가루를 묻혀서 옮겨 달라고 부탁을 합시다. 지금 당장 벌과 나비에게 기별을 합시다.  대신 꽃 한송이에서 만들어 내는 먹거리의 양은 적어야만 합니다. 많으면 벌들이 한 꽃만 방문해도 배가 불러 꽃가루 옮기는 일을 게을리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회의가 끝난 후, 속씨식물들이 꿀공장을 몸에 지닌 채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는데, 소식을 전해들은 벌과 나비가 몹시 기뻐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비의 입은 길어지고, 벌의 다리에는 털이 나기 시작했다. ㅎㅎ.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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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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