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생활과 먹거리

 

1)식사량과 부피 2)쌀 소비(개인)와 천지창조 3)한국인이 먹는 쌀(전국) 4)물 5)사람은 잡식동물(고기소비) 6)달걀과 우유 7)물고기와 경부고속도로 8)채소의 왕 배추 9)과일의 왕 사과 10)술과 원숭이 11)담배와 무덤 12)커피와 음료의 소비량 13)만물이 약이다 14)몸 보신과 신화

 

 

1) 식사량의 부피 - 일생을 살면서 식사를 하는 횟 수는 70년 x 365일/년 x 3회/일 = 76,650회 이다. 생활을 위하여 먹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계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매끼마다 밥만 먹는다고 할 때, 밥공기의 체적이 보통 400cc(cc|세제곱 cm)이므로 일생동안에 먹어 치우는 식사량(밥)은 30,660,000 cc = 30.66 ㎥ 가 된다. 이는 3.13m 를 한 변으로 하는 정육면체의 체적이다. 결국 3m를 한 변으로 하는 큰 방안에 가득찬 밥을 다 먹어 치우면 인생은 끝나는 것이다.

우리가 먹어야 하는 밥공기의 직경은 10cm이므로 그 밥공기를 일렬로 배열할 경우 그 총길이는 76,650 x 10cm = 766,500 cm = 7665 m = 7.67 km 가 된다. 대략 20리 길에 나란히 놓인 밥공기를 구하기 위하여, 또 편안히 먹기 위하여 일생동안 삶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생동안 먹어치우는 밥은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같은 양이 된다. 따라서 먹는 일이 인생에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람다운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2) 쌀소비(개인)와 천지창조 - 밥과 쌀은 다르다. 국민 1인당 하루에 먹어치우는 쌀은 325g이 된다. 따라서 한 개인이 5세 부터 평생 먹는 쌀의 총량은 7,700kg이 된다. 즉, 80kg 짜리 100가마니 정도를 먹어치운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20kg 짜리 400자루 분을 한사람이 평생 먹는 것이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매 끼니마다 항상 한수저분의 생쌀에 해당하는 밥을 더 먹는다면 한수저의 쌀은 10g 정도이므로 평생 약 767kg의 쌀을 더 소비하는 것이다. 20kg 짜리 38자루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한수저의 절미운동이 한때 벌어졌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먹은 만큼 배설을 하는것은 생리적인 현상이다. 수분은 오줌이나 땀으로 배출 되겠지만 소화되고 남은 음식의 찌꺼기는 똥으로 배출된다. 사람이 하루에 배설하는 똥의 양은 하루 음식섭취량의 3분의 1이 된다. 따라서 성인은 하루에 약 140g의 똥을 눟는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을 고려하면 평생 3,000kg의 똥을 배설하는 것이다. 10톤 트럭으로 3대 분량이다.삶의 흔적도 적지 않음을 알수 있다.

똥은 더러운 것의 상징이지만 천지 창조에서는 신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산천이 신의 거대한 배설물로 이루어 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장길손이란 거인이 있었는데 워낙 거인이라 한끼에 수십섬의 쌀을 먹어야 했으므로 어디를 가나 배가 고팠다. 한번은 배가 너무고파서 돌, 흙, 나무 등 닥치는대로 먹었다가 배탈이 나서 뱃속에 든것을 모두 토하게 되었다. 이때 그가 토한것이 큰 산을 이루어 백두산이 되었고, 고통으로 흘린 눈물이 동서로 흘러 압록강과 두만강을 이루었다. 장길손은 설사도 했는데 남으로 흘러 태백산맥을 만들었다. 이 때, 똥덩이가 멀리 떨어져 나가 제주도가 되었다 한다. 이런 설화는 제주도에도 있다. 선문대할망이 한 발로는 식산봉을 딛고, 다른 발로는 일출봉을 딛고 앉아서 오줌을 누었다. 그 오줌줄기에 산이 무너지고 큰 강물이 생겼는데 이런 요동에 제주도 한조각이 떨어져 나가 우도가 되었다. 그리고 선문대할망이 수수범벅을 먹고 싼 똥이 궁상망오름이란 기생화산이 되었다 한다. 소박한 거인신과 천지창조의 신화이다.

 

3) 한국인이 먹는 쌀(전국) - 1,100만이 모여사는 서울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쌀은 80kg짜리 44,354 가마가 된다. 전국의 총인구는 4천4백만에 달하므로 전 국민이 하루에 소비하는 쌀은 80kg 짜리 177,400 가마나 된다. 이는 4톤 트럭으로 3500대 분량이며 10톤 트럭으로 1,400대 분량인 것이다.

전 국민이 하루에 소비하는 쌀을 모두 모아두면 부피는 얼마나 될까? 쌀은 대략 1kg 당 1리터의 체적을 갖는다. 따라서 1천4백2십만 리터에 해당한다. 이는 14,200m3 이므로 한 변이 24m인 정육면체의 체적과 같다. 이는 장충체육관의 10%에 해당하는 체적이다. 결국 장충체육관 만큼 쌓인 쌀을 한국인 모두가 10일에 먹어 치운다.

한국에서 1년간 소비하는 쌀의 총량은 52억kg = 520만톤에 달한다. 부피로 계산하면 한변이 173m인 정육면체의 체적과 같다. 이는 직경 76m, 높이 28m인 장충체육관의 40배나 되는 체적이다.

 

4) 물 -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발굴된 점토판의 글귀에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란 말이 있고,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물은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귀중한 자원인 것이다. 인체의 65%가 물로 되어 있으며 이중에서 12%만 부족해도 생명에 치명적이라고 한다. 즉, 체중이 60kg인 사람이 한 번에 5kg의 체중을 땀으로 뺀다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일인당 물의 섭취량이 하루에 2.4리터 = 2.4kg이므로 이틀치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람은 이틀만 물을 마시지 않아도 큰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막의 낙타만은 몸 속의 40% 수분이 방출 되어도 살아 남을 수 있어 악조건의 사막에서도 잘 견디는 것이다. 여하튼 사람은 물만 마실 수 있다면 다른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더라도 약 6주일 = 42일 정도는 생명을 보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하루에 2.4리터의 물을 먹어야 살 수 있으므로 평생 동안은 2.4 x 25,000 = 60,000리터의 물을 마셔야 한다. 이 물은 꼭 순수하게 마시는 것만은 아니고 음식물을 통하여 흡수하는 물까지 함께 계산된 양이다. 6만 리터의 물은 60톤 분량이며 이는 10톤 트럭으로 6대 양이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율은 80%를 넘지만 수도물을 그대로 마시는 경우는 전 국민의 4%에 불과하다. 생명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물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다는 것은 보통 불행한 일이 아니다. 살자고 열심히 공장도 짓고 산업도 발전 시키는 것인데 그로 인해 인간의 기본적 삶이 지장을 받는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어쩌면 이런 사실이 인간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에 평균 400리터의 상수도 물을 공급 받는다. 따라서 한 개인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400 x 25,000 = 1,000만 리터 = 1만톤의 물이 필요하다. 많은 물이다. 참으로 사소하게 보이는 삶 일지라도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사는 것이며, 소중한 삶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의 자연적 삶은 사회적인 지위나 직업과는 달리 모든 개인에게 평등하고 순수하다. 이에 견주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가장 옳은 방법은 모든 사람이 자신과 동일한 자연적 존재란 깨달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5) 사람은 잡식동물(고기 소비량) - 사람은 쌀만 먹지는 않는다. 사람은 잡식동물이다. 아마도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인간이 가장 다양하게 식사꺼리를 준비하는 동물일 것이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동물은 식사때 한종류의 육류만 섭취하고 잡아먹는 동물의 가지수도 한정이 되어 있으며, 소나 양과 같은 초식동물은 자기가 사는 주변에 있는 식용식물만을 식사에 이용하고 있다. 잡식동물인 닭이나 곰은 그래도 다양한 식사꺼리를 찾아 식사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 비할 수는 없다.

사람은 한번 식사를 할지라도 육지, 바다에서 나는 육류와 곡식류, 채소류,향신료,조미료를 동시에 밥상에 준비하고 먹어 치운다. 그렇게 먹으면서도 영양결핍이 걱정되어 비타민정을 섭취하고 보약을 마시고 겨울이면 산골짜기에서 개구리를 잡고, 여름에는 자기집 개를 잡는 사람도 있다.

다른 동물들이 편식을 함에도 불구하고 병이 사람보다 적은 것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영양학이라는 덫에 걸린 것이다. 식자우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시금치의 영양성분을 다 알지 못한다. 영국시인 워즈워드는 길가에 서있는 풀 한포기를 알면 우주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자만에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때, 고사리에 발암물질이 있다해서 비빔밥에서 조차 고사리를 볼 수 없을 때가 있었다. 또, 쌀보다 보리밥이 더 낫다는 정책적 주장이 매스컴의 단골 메뉴가 됐던 시절도 있었다.

국민 일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23.8kg이다. 23,800g ÷ 600g = 약 40근 이다. 소고기 6.2kg, 돼지고기 11.7kg 이며 나머지 5.9kg 이다. 이를 근거로 1,100만의 서울과 4,400만의 전국 규모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소와 돼지의 마리수를 알 수 있다. 이때 고기부위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150kg을 소 한마리, 50kg을 돼지 한마리로 계산하면 서울에서 하루에 소 1,250마리, 돼지 7,000마리분을 소비하며 전국적으로는 차이가 있겠지만 소 5000마리, 돼지 28,000마리분을 하루에 소비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한우 200만마리, 젖소 50만마리, 돼지 550만마리가 사육되고 부족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놀랄 일은 아니다.

특히, 한국인과 한우는 생활과 정서적 측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한우는 살아서 농사일에 중요한 동력수단으로, 운반수단으로, 재산의 가치로 이용되고 죽어서는 하나도 버릴것 없는 소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52부위별 소고기 맛을 구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뼈를 마른장작 불로 진하게 우려낸 육수는 곰탕이나 설렁탕, 꼬리곰탕, 내장탕, 순대국, 해장국, 물냉면의 기본재료로 미각을 즐겁게 해준다. 국물을 우려낸 뼈는 다시 모아서 골분으로 가공하여 화장품이나 비료, 공업원료로 이용된다. 소뿔은 국궁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될 재료이다. 우리는 선진국과는 달리 소의 내장도 버리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소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인은 미운사람일 것이다. 그러기에 저승의 심판관이 둘 있는데 하나는 소 머리요, 다른 하나는 말 머리 심판관으로 조선사람이 죽어서 오면 소머리 심판관은 무조건 지옥행을 외친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 다음에 서있는 말머리 심판관이 다시 극락행으로 정정하기 때문에 조선사람은 구제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선사람은 소에게서는 미움을 사고, 말에게서는 호감을 사기 때문이다. 말이 조선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말총으로 관을 만들어 머리위에 쓰고 다니며 평소에도 애지중지 하기 때문이다.

소의 코뚜레를 대문이나 방안에 걸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소를 잡아 먹었다는 표시로서 악귀가 들어오다 이를 보면 도망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외양간에 들어오는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서 소의 턱뼈와 엄나무를 함께 문위에 묶어 걸어 두었는데 결국은 이열치열의 원리가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6) 달걀과 우유 - 닭은 인구수 보다도 많은 7,50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국민 1인당 계란의 소비량이 9.7kg이므로 9,700g ÷ 63g/개 =154개 를 소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루에 전국적으로 소비되는 계란수는 154개 ÷ 365일 x 44,000,000인 = 18,500,000개(1천8백5십만개)이다. 이는 서울사람 모두에게 1.5개 씩 나누어 줄 수 있는 양이다.

계란은 하나의 생명체가 들어 있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영양체계를 갖추고 있다. 근래에 콜레스테롤이 많다하여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식자우환이며 영양학병에 걸린 환자의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60년대만 하여도 계란은 아주 귀한 소중한 것이었다. 시골에서는 닭이 알을 낳으면 잘 모아 두었다가 짚으로 10개씩 꾸러미를 만들어 장에 내다 팔았다. 아주 가끔 집에서 계란찜을 해먹을 뿐이고, 소풍갈 때 한 두개 삶아서 먹는 귀중식품 이었다.

우리나라의 건국시조는 대부분 알에서 태어나는 설화를 갖고 있다. 동명왕은 해모수를 아비로 유화의 몸에서 알로 태어나 고구려의 시조가 되었고, 박혁거세는 하늘에서 내려온 알에서 태어나고, 수로왕은 구지봉에 내려온 황금알에서 태어 났다고 전해온다. 알에 대한 민속으로 용알뜨기가 있다. 정월 대보름 전날 밤에 우물에 비친 달을 바가지로 떠오는 것으로 풍년과 임신을 기원하는 민속이다.

우유는 국민 1인당 44kg을 1년동안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우유와 물의 밀도가 같다고 보면 1,000cc 종이팩으로 44개를 소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우유는 주로 아기들이 많이 소모시킬 것이다. 소가 사람을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 물고기와 경부고속도로 - 식사를 할 때에는 반찬이 필요하다. 육류를 제외하면 반찬은 대개 생선과 채소로 만든다.

하천이 오염되기 이전에는 민물고기가 시골사람들의 주요한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원 이었다. 민물고기를 잡는 방법도 다양해서 그믈을 이용하기도 하고, 낚시를 이용하기도 하고, 배터리를 이용하여 고기를 기절시켜 잡기도 했다. 배터리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것은 이제 불법이다. 이외에도 불법적인 약품이나 폭약을 이용하기도 했다. 어쨋든 돌이 많은 하천에서는 도끼나 메로 돌을 내리쳐 기절한 고기가 떠오를 때 건져서 잡는 방법도 있다.

여름날에 팬티만 입고 고기를 잡던일은 즐거운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얕은 물에서 하나의 고기를 주목한 후 계속 쫒아 다니면 결국은 돌밑에 숨는다. 이때 돌밑에 손을 넣어 맨손으로 움켜서 고기를 잡을 수 있다. 마치 수달이 한고기를 계속 쫒아 잡는것과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나게 고기를 잡는 방법은 하천의 한 귀퉁이를 흙과 돌로 막은 다음 물을 퍼내고 잡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고기를 잡으면 다양한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피라미, 붕어, 미꾸라지, 기름챙이, 구구락지, 동방아, 징게미, 뱀장어, 가재 등이 잡을 수 있는 주종이었다. 이렇게 재미있고 식생활에 도움이 되는 고기잡이를 해보지 못하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잡아보기는 커녕 고기를 잡으면 자연을 훼손하는 것으로 믿게끔 되었으니 누구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 ?

우리나라의 어업종사자 수는 1991년에 22만 5천명이다. 이중 어선어업 종사자는 6만5천명이며, 양식업 종사자가 10만명, 자연산 조개나 굴등을 채취하는 채조채포 종사자가 4만명, 원양어업 종사자가 2만명이다. 어업에서도 노령화 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농촌 만큼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다. 어선수는 10만척으로써 1척당 평균 9.5톤 이다. 우리나라의 원양어선수는 770척이다.

1991년도 우리나라의 어획량은 게와 새우같은 갑각류가 11만톤, 조개와 같은 연체동물이 83만톤이며, 어류는 계속 감소하여 155만톤을 어획 했다. 내수면 어업으로 생산한 어획량은 3만 톤에 이른다. 통계연감에서는 1992년도 우리나라 총 수산물 생산량을 324만톤으로 기록하고 있다. 1만톤을 감각적으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10톤 트럭으로 1천대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감을 잡는데 편리할 것이다. 324만톤의 무게는 10톤 트럭으로 32만 4천대로써 수산물을 실은 10톤 트럭이 일렬로 줄을서면 그 길이는 3,240km가 된다. 이는 서울과 부산 사이를 3번 왕복하는 거리이다. 서울과 부산 사이를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6줄로 늘어선 10톤 트럭에 가득 실린 수산물을 생각하면 324만톤에 대한 감이 잡힐 것이다.

 

8) 채소의 왕 배추 - 통계연감에 의하면 1992년도 국민1인당 채소의 소비량은 127.5kg 이다. 채소란 온갖 푸성귀와 나물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는 배추와 무우, 파, 상추를 들 수 있다.

상추는 예전에 밥을 쌈싸 먹었으나 근래에는 고기를 싸먹는 채소가 되었다. 곁들여서 들깨 잎으로 생선회나 고기를 싸먹기도 하는데 이는 일본식 음식문화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들깨잎을 간장에 절여 먹든가 양념을 쳐서 밥에 앉혀 살짝 익혀먹어 왔다. 마치 경상도 지역에서 누르스름한 콩잎을 먹는 방법과 같았다. 들깨는 대기오염의 지표식물이므로 깨잎이 깨끗하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대기가 오염된 곳에서 자란 들깨잎에는 반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채소는 단연 배추다. 보통의 한국사람은 개인당 10일 정도에 배추한포기 분량의 김치를 먹고 있다. 따라서 1년에 35포기의 배추를 먹는다고 볼 수 있다. 통계연감에 의하면 1인당 60kg의 배추를 1년에 소비한다. 결국, 채소 총소비량의 절반을 배추가 차지하는 셈이다.

배추의 소비형태는 단연 김치다. 한국어가 외국에 그대로 알려진 단어는 '김치'와 '온돌'이 있다고 할 정도로 김치는 대표적인 음식인 것이다. 우리 음식의 특징을 말하자면 발효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된장, 간장, 고추장, 새우젖같은 젖갈류, 동치미와 그속의 삭힌 고추를 보면 알 수 있다. 김치도 발효식품 이다. 우장춘 박사가 거제도에서 지금의 결구배추를 개발하기 이전에는 조선배추로 김치를 담았다. 조선배추는 속이 적고 잎이 길며 억센 것이 특징이다.

김치에는 고추가루를 넣는다. 고추가루는 절인 배추가 썩지않고 익게하는 역할을 한다. 즉, 산패를 방지하는 재료이다. 그런데 마늘은 곰이 웅녀가 되기위해 동굴속에서 백일간 먹었다는 건국설화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래전에 우리나라에 있었지만 고추는 조선 중엽에 전래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추가 들어오기 이전에도 김치를 먹었다는 증거가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있으므로 예전에는 고추가루 대신에 산초를 넣어 산패를 방지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산초는 지금도 추어탕이나 아구탕에 넣어 먹는 향신료이다. 산초는 시골에서 일본가시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늦은 여름에 미나리아제비 꽃과 같은 모습으로 녹두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까만 열매를 맺는다. 여하튼, 고추가 들어온 초기에는 용도가 만만치 못하여 주막집 터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소주에 고추가루를 타서 마시므로써 푼돈으로 한잔에 취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추를 김치에 이용하고 고추장을 담게 된데는 발효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경험적인 시행착오가 주효했을 것이다. 다만 용기와 모험심이 있는 아주머니가 있었으리라고만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음식은 전통성이 너무나 강해서 할머니, 어머니, 시어머니께 배운 요리법만을 평생 고집하다가 다시 딸과 며느리에게 전해주기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새로운 음식은 새로운 시도에서 생겨난다고 생각된다. 이렇게도 먹어보고 저렇게도 먹어볼때 새로운 맛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덜 익은 참외를 쇠고기와 파, 고추장, 참기름, 깨소금을 함께 섞어 주물러서 지져먹는 참외지짐이라든가 수박깍두기 같은 음식이 바로 모험정신의 산물인 것이다.

마늘은 개인당 연간 10kg을 소비하고, 고추는 개인당 3.9kg = 6.5근 을 먹고 있다.

 

9) 과일의 왕 사과 -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주요 과일은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등을 들 수 있다. 1992년도에 사과는 식부면적 5만 ha(1ha = 300평)에서 70만톤을 생산했으며, 배는 1만ha에서 17만톤을 수확하고, 복숭아는 1만1천ha에서 12만톤, 포도는 1만5천ha에서 15만톤을, 감귤은 2만ha에서 70만톤을 생산하고 감은 1만5천ha에서 11만톤을 수확하였다. 감귤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과일임을 알 수 있다.

통계연감에 의하면 1992년도 국민 1인당 과일의 소비량은 52.2kg 이다. 사과 한개의 무게를 250g으로 계산하면 52,200g ÷ 250g/개 = 약 200개 즉, 일인당 1년에 사과 200개를 먹는 정도의 과일을 소비하는 것이다.

과일의 왕은 단연 사과라고 할 수 있다. 사과는 특히 저장이 쉬워 1년 내내 맛을 볼 수 있으며, 먹기에 부담이 없어 식사 후에도 손이가는 과일 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애용됐기 때문에 사과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이브의 사과와 뉴톤의 사과, 빌헬름 텔의 사과는 유명하다. 인간의 자제력을 중시한 이브의 사과는 다른 종교적 의미가 있겠지만 한편으로 사과의 색이나 모양이 매혹적임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스위스 독립에 얽힌 빌헬름 텔의 사과는 용기와 결단, 어려운 난관을 정면돌파로 해결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는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의 사과를 빌헬름 텔의 사과 대신 말하기도 한다. 어쨋든 17세기에 과학혁명의 절정을 이룰 수 있도록하는 시발점으로서 뉴톤고향의 사과는 역사속에 등장했다. 현대의 과학시대가 사과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니까. 또, 사과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스피노자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서양의 속담에 매일 사과를 한개씩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듯이 사과의 효능은 정평이 나 있다.

과일은 덜익었을 때는 단단하고 시고 떫은 맛이 나지만 익으면 부드럽고 물기가 많으며 단맛과 향기가 나면서 붉은 색을 띠게 된다. 이것은 번식을 위한 식물의 현명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씨앗이 여물기 전에는 동물이 먹는 것을 금지 시키고, 익으면 새나 동물의 먹이가 되어 배설물과 함께 싹이 트도록 하던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나 동물이 잘 익은 과일을 먹는 것은 한편으로 식물을 도와주는 것이다. 또, 개똥참외나 재래종 과일이 맛있다고 한결같이 말하는 이유도 설명될 수 있다. 환경이 척박하고 생존이 힘들면 식물도 번식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여 작지만 맛과 향이 강한 과일을 만들어 동물을 유인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맛이 향상되는 것이리라. 즉, 재래종은 심어만 놓고 잘 돌보지 않아 과일이 많이 열리지는 않지만 맛이 더 좋아진다는 생각이다.

식물도 나름대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중생대에 번성했던 겉씨식물은 바람을 이용한 가루수분을 하기 때문에 낭비되는 꽃가루가 많다. 늦봄에 송화가루가 날려 온 천지에 뿌려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솔방울에 앉아야 할 것들이 흙에 떨어지니 낭비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신생대에 번성하는 속씨식물들은 벌이나 나비등을 이용하고 있다. 꽃에게는 직접적으로 필요치 않는 꿀을 만들어 벌과 나비를 유혹하여 적은양의 꽃가루만으로 가루수분이 정확히 이루어 지도록 한다. 놀라운 일은 어떻게 속씨식물들이 벌의 존재를 알고 이용할 생각을 하고 그 방향으로 진화를 했는가 하는 점이다. 벌이 먼저 세상에 나왔는지 속씨식물이 먼저 세상에 출현했는지 알 수가 없어 궁금증은 더해진다. 함부로 단정을 내릴 수 없는 의문이다.

식물은 두뇌가 없어 생각하는 능력이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사람들이 짧은 식견으로 속단을 내린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의 실험은 식물도 기억력과 감정이 있음을 암시하는 강력한 결과를 보여준다. 한 실험자가 온실속의 식물에서 감지되는 미약한 전자기파를 측정하는 실험을 하였다. 이때, 어떤 사람이 들어와서 한 화분을 집어 던지면 주변의 식물에서 나오는 전자기파가 격렬해 진다고 한다. 한참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화분을 던진 사람이 다시 온실에 들어오면 식물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도 다시 격렬해 진다는 것이다. 아직 보편화 되지는 않았지만 사건현장의 식물이 유일한 목격자일 경우 이 방법을 이용하면 용의자중에서 범인을 찾아내기는 쉬울 것이다. 식물은 정직할 것이므로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범인은 자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식물의 무언의 증언이 한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재판의 증거로 채택되려면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10) 술과 원숭이 -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60년대에는 동네마다 주막이 하나씩 있었다. 큰 길가에 허름한 초가집이 게딱지 모양으로 웅크리고 앉아 길가는 나그네의 여독을 풀어주고 동네 한량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먹을것이 귀한 시절이라 점심때가 되어도 굴뚝에서 연기 오르는 집이 드물었지만 주막집만은 시도 때도 없이 연기가 피어오르고, 뒤켠 두엄탕에는 뽑혀진 닭털이 바람에 이리저리 쏠리고 있었다. 동네에서 기중 먹을 것이 많은 부러운 곳이었다. 쌀밥을 먹기는 쉬운일이 아니었는데 주막집 마루에는 큰 멍석에 꼬들꼬들한 술밥이 널려있어 몰래 들어가 한움큼 집어든 후에 달아나던 기억도 아직 발 뒤끔치에 남아 있다.

술은 인류의 문명이 시작하기 이전부터 있었으리란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한 일본인이 칼 한자루만 들고 원숭이들과 같이 생활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원숭이들도 술을 만들어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냈다. 그러니 인류의 조상들은 더 일찍이 술을 만들어 즐겼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메소포타미아의 한 고분에서 발굴된 점토판에 사람이름 뒤에 '하루에 빵과 맥주'란 글귀가 그것이다. 또하나의 기록은 고대 이집트인의 비석에 '그는 배고픈 자에게는 빵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는 맥주를 주었다'는 것이다.

술은 가장 오래된 음식이며 약물이다. 술의 역사가 길고 광범위하게 애용되다 보니 문명인이나 미개인 할 것없이 자기들 나름대로의 술을 제조하고 있다. 오늘날 까지도 수렵으로 종족을 보존하는 사람들까지 알콜음료를 즐기는 것을 볼 때, 농업이 시작된 이유가 술을 갈구한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일부 인류학자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술에는 발효주, 증류주, 제재주가 있다. 막걸리는 쌀이나 옥수수 등을 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든 술로 농부들이 즐겨 마시던 술이다. 지금이야 소주라하면 주정을 물에 풀어서 만드는 희석식 소주이지만 원래의 소주는 막걸리를 증류하여 얻어낸 증류주인 것이다. 즉, 근래에 유행하는 개소주나 흑염소 육골즙을 내리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증류하는 것이다. 제재주란 소주를 과일이나 식물의 잎, 뿌리등에 같이 부어서 식물의 성분이 알콜에 울어나도록 하는 것으로 매실주나 송순주, 오가피주 등이 그것이다.

맥주나 위스키는 호프나 귀리 같은 곡물에서 얻어지며, 소련인들이 즐겨 마시는 보드카는 감자에서, 와인이나 꼬냑등은 포도에서, 멕시코인들이 즐기는 풀케는 용설란을 이용한 발효주이며 이를 증류한 술이 곧 데킬라인 것이다. 이외에도 각 민족마다의 고유한 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종의 후추나무 열매를 발효시켜 카바술을 만들어 마시는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인에 대해 제임스 쿡이 기록한 바도 있다.

에탄올은 술의 주성분으로, 25도의 소주는 전체 소주의 25%가 에탄올임을 의미한다. 보통 럼주나 보드카는 40도이며, 스카치나 위스키는 43도 이다. 중국의 고량주는 수수로 만든 소주로 90도나 되지만 때에 따라 알콜농도는 언제나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1991년도의 국내 술소비량은 총 280만 킬로리터(1킬로리터는 한변이 1미터인 정육면체의 체적)이다. 이는 한변이 140미터인 입방체의 체적인데 전국민이 1년간 먹는 쌀 체적의 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그중 소주가 68만 킬로리터, 맥주가 157만 킬로리터, 탁주가 48만 킬로리터 이다. 다음은 위스키. 청주, 포도주 순이지만 많지 않은 양이다.

1년간 국내에서 마신 맥주를 500ml(0.5리터) 들이 병으로 환산하면 31억4천만 병이 되며, 소주를 2홉들이(0.36리터) 병에 담으면 19억 병이 된다. 당시의 국내인구를 4천2백만으로 계산할 때, 국민 각개인에게 45개의 소주병과 75개의 0.5리터들이 맥주병을 나누어 줄 수있는 양이다. 이는 8일에 소주 한병을 마시는 격이며, 5일에 맥주한병을 마시는 것과 같다. 다른 종류의 술을 모두 0.5리터들이 맥주병에 담는다고 할 경우, 56억병이 되며 이는 개인당 130개씩 주어지는 것으로 전국민이 3일에 한병의 술을 마시는 양이다. 전국의 빈병값만 따져도 1천억원이 넘는다.

술을 마시는 주당들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주당들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전국민의 40%만이 술을 마신다고 본다면 주당 개인이 1년에 333개의 술병을 비우는 것이며, 이는 거의 하루에 한병을 마시는 폭이다. 따라서 일주일에 한번 술자리를 갖는다면 개인당 한번에 6병 이상을 마신다는 결론이 나온다.

0.5리터 맥주병의 단면 직경이 7.2cm 이므로 56억개의 병을 일렬로 배열하면 40만 km의 거리가 된다. 이는 서울과 부산을 400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이고, 지구를 10번 감쌀 수 있는 거리이다. 즉, 56억개의 병이란 경부고속도로가 3차선 왕복차선이라고 가정할때, 그런 고속도로 3개에 맥주병을 가득히 세워놓을 수 있는 갯수이다.

술은 신체의 간장과 뇌에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은 흥분기능 보다는 오히려 식별력, 집중력, 통찰력을 저하시키며, 대담해지고, 명랑해지도록 하는 억제기능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관성없는 아이디어나 이미지는 자유롭게 솟아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주당들 사이에도 난무하고 있다. 술자리에서는 으례 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술에 대한 각자의 비결을 자랑스레 토해내고 있지만 잘못된 생각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술은 위에서는 일부만이 섭취되며 전부가 소장에서 흡수된다. 따라서 단배질과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안주로 곁들여 마시면 술과 음식이 뒤엉켜 위에서 소장으로 술이 이동하는 속도를 늦추기 때문에 서서히 취기가 돌도록 한다. 이 때문에 음주 후 40분 정도가 지나면 혈중 최고 농도에 달하지만 음식과 함께 마시면 1시간 정도 늦추어 진다.

40도 이상의 독한 술은 위에서의 흡수속도가 늦어지고 위와 소장사이의 유문을 자극하여 닫히게 하므로써 술의 흡수가 늦어 진다. 독한 술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유문의 작용을 체득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품이 많이 일어나는 샴페인이나 맥주 또는 탄산수에 혼합한 위스키나 소주 및 진토닉 등에는 이산화탄소가 있기 때문에 알콜의 흡수가 빨라지고 취기가 빨리 나타나게 된다. 그것은 술에 용해된 이산화탄소가 유문을 활짝 열게하여 술이 위에서 소장으로 이동하는 속도를 증가 시키기 때문이다. 술은 추운 지방의 사람들이 체온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아는것도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아주 추울 때에는 체온을 떨어트려 위험한 상태가 되도록 한다. 브랜디 술통을 목에 차고 다니던 스위스의 세인트 버나드 개는 눈보라에 갖힌 사람을 위로는 할 수 있지만 술로써 체온을 장기적으로 상승시키지는 못하는 것이다. 술은 신체 내부의 열을 피부로 이동시켜 방산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은 오히려 열대지방에서 마시므로써 고온인 한낮을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다.

흡수된 알콜은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화하며 이는 곧바로 초산으로 변하여 신체에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간장의 알콜 분해능력은 70kg인 사람이 보통 한시간에 약20g을 분해하므로 한시간에 위스키 한잔, 소주 한잔, 맥주 0.5리터=500cc 량을 분해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마신 술의 양과 알콜 도수를 알면 얼마후에 자신이 술을 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만약 25도 짜리 소주를 2홉= 360cc 을 마셨다면 알콜의 비중을 무시할 때, 70kg의 체중을 가진 사람은 4시간 30분이 있어야 술을 깰 수가 있다. 문제는 사람에 따라 알콜 분해효소의 양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주당들은 스스로 마신 술의 양과 돗수를 기억했다가 자신의 알콜분해 능력을 체크해 두면 유익할 것이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음주단속을 의식해서 사우나를 한다든가, 운동을 하기도 하고, 샤워를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신적 환기효과만 있을 뿐 혈중의 알콜농도의 변화는 오로지 시간이 지난 효과밖에 없는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신 이튿날 숙취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숙취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술을 마시느라 밤새 떠들며 과로한 탓이다. 두통이 심하게 일어나거나 구토가 일어나는 숙취는 누적된 과로와 뇌수액의 변화, 술 속의 기타 다른 혼합물 때문이다. 버본이나 브랜디(꼬냑) 등이 혼합물의 농도가 0.2% 정도로 숙취를 일으키기 쉬운 술이며, 막걸리나 기타 제재주도 혼합물이 많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숙취로 고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술을 마신 아침에 숙취와 함께 갈증을 느껴 꿀물을 마시던가 얼큰한 해장국을 찾는다. 장을 풀어 준다는 해장국은 주 재료가 북어, 콩나물, 새우젖, 고추가루, 우거지, 육수이다. 땀을 많이 배출 시키는 것이 해장국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땀을 배출하면 수분 증발이 일어나고 기분이 전환되며, 속이 확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콩나물은 특히, 혈중 알콜농도를 감소시키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11) 담배와 무덤 - 술의 알콜과 담배의 니코틴, 커피의 카페인은 허용된 기호성 독물로 화학구조는 다르지만 고리구조를 기본으로 하는점은 같다. 이들 3대 독물중 니코틴의 독성이 가장 강해서 50mg(1mg은 1000분의 1g) 만 섭취해도 죽을 수 있다. 담배 한개비에는 니코틴이 12mg 정도 들어 있어 몇 개비만 태워도 치사량에 달하는 니코틴을 흡수할 수 있지만, 사실은 담배불의 열 때문에 니코틴이 분해되어 실제로는 아주 미량만이 흡수된다. 니코틴이야 신경계에만 작용을 하지만 사실은 타르가 발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25개비를 태우는 사람은 폐암발병률이 40%나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문학가인 공초 오상순님이 담배를 많이 태운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세수할 때도 담배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의 68%가 흡연을 한다. 사람에 따라 하루에 태우는 담배의 양은 다르겠지만 보통은 1갑을 태우고 있다.

하루에 20개비의 담배를 태우는 사람은 1년간 7,300개비를 태우는 것이며, 20세에서 70세 까지 50년 동안에는 36만5천 개비를 태우게 된다. 보통 권련의 길이가 8.3cm 이므로 1년간 태우는 담배의 길이는 600m 이며, 평생 태우는 담배는 30km 가 된다. 30km는 75리이고, 걸어서 6시간 걸리는 길이이다. 그런데 권련의 2.5cm 는 필터이기 때문에 실제 담배의 길이는 5.8cm 이며, 0.8cm 정도를 꽁초에 남겨 둔다면 실제로 태우는 권련 부분은 5cm 이다. 실질길이로 하루에 태운 길이는 1m 이며, 1년에는 365m, 50년 동안은 18.5km가 된다. 물론 하루에 두갑을 태우는 사람은 이 계산의 두배길이를 태우는 것이다.

담배 5cm를 태우는데 보통은 16모금을 빨기 때문에 한모금에 3mm의 담배를 태우며, 한모금에 20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한개비의 담배를 태우는데 5분을 소요한다. 따라서 50분마다 담배를 태울 경우 하루에 담배연기가 가득한 심호흡을 320회 되풀이 하며, 1년에는 11만7천번, 50년에는 584만번을 반복하는 것이다.

담배를 태우는 시간은 하루에 20개비x5분/개비 = 100분 = 1시간40분 으로 1년에는 600시간=25일 을 내내 담배를 물고 있는 것이다. 50년 동안에는 1,900일 = 5년2개월 동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내 담배를 태우는 것과 같다.

담배 꽁초의 부피도 적은 것이 아니다. 담배 한갑의 체적이 약 95cm3 인데 꽁초만의 체적은 35cm3가 된다. 따라서 50년간 버리는 꽁초의 체적은 한변이 86cm인 입방체의 체적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꽁초를 구겨서 버리기 때문에 이보다 더 큰 체적이 되며 더우기 구겨서 버리는 담배 곽종이 까지 계산하면 죽어서 묻힐 무덤의 봉분보다도 더 큰 담배꽁초의 무덤을 살아서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총 무덤 수는 1994년 현재 1,923만기로 추정되며, 면적은 965.6km2로 여의도의 110배가 넘는 넓이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 자동차 주차공간의 13배가 넘는 면적에 해당한다. 무덤의 평균 넓이는 50m2 = 15평 이다.

미국의 파펜버거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영과 테니스,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9개월을 더 살고 담배를 끊으면 18개월의 수명이 늘어나며, 담배를 끊고 운동을 시작하면 30개월을 더 살 수 있다고 한다. 흡연자들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12) 커피와 음료의 소비량 - 커피는 캐톨릭에서 한동안 금지되던 식품이었으나 많은 논란이 있은 후 지금은 대중화된 기호 차가 되었다. 커피는 서기 850년경에 아라비아반도에서 최초로 출현하였는데 커피 자체에는 카페인이 1.3% 들어 있다. 카페인은 신경계통에 작용하는 일종의 흥분제이며 진통상승제로 커피를 마신 후 30분이면 효과가 나타나고 3시간이면 모두 분해된다. 카페인은 두뇌의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커피를 마시면 두통을 진정 시킬 수 있다.

국내에서 1년간 소비하는 커피는 2만5천톤(91년 자료로 추정) 이다. 이는 국민 1인당 500g 이상을 소비하는 것으로 250g 병으로 2병 이상을 1년에 소비하는 것이다. 성인 1인당 4병의 커피를 소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커피크리머는 7만5천톤을 소비하므로 커피량의 3배를 소비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연한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크리머를 많이 먹는 것으로 보인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보통 하루에 5잔을 마신다. 프림을 타면 위에 부담을 준다고 해서 블랙으로 마시는 사람도 많다. 커피를 손수 물을 끓여 마시는 경우 한잔에 약 10분의 총시간이 소비된다. 그러므로 하루에 5잔을 마시는 사람은 하루에 50분의 시간을 커피로 소비하는 것이다. 3잔을 마시는 사람은 30분을 소비한다. 3잔을 손수 마시는 사람은 1년에 180시간을 커피로 소비하게 되며 5잔을 꼬박 마시는 경우는 300시간이 된다.

마시는 일은 생활의 윤활류를 공급하는 것이며, 수분을 공급하는 행위로써 중요하다. 1년에 국내 탄산음료 소비량은 1억5천만 상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3.4상자를 1년간 소비하는 것이다. 한 상자에 24개의 음료병이 들어 있으므로 개인마다 1년에 음료수를 81병을 마시는 것이다. 즉, 5일에 한병을 마시는 꼴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강음료 선호 추세에 따라 탄산음료에서 건강에 보탬이 되는 기능성음료로 소비경향이 변화하고 있다.

 

13) 만물이 약이다 - 사람이 아플 때 약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지금은 약국에서 쉽게 필요한 약을 사서 먹을 수 있지만 그런 약을 개발하기 까지의 인류의 노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 초식동물들도 스스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독초를 구별할 수 있는 것처럼 인류도 초기에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서 조차 결코 먹지않는 과일을 구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와같은 지식은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긴 세월 동안 쓰라린 고통과 희생의 결과로 부터 얻어지는 소중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조상들의 덕분에 우리는 독초로 부터, 또는 독을 가진 동물로 부터 안전지대를 확보하고 이제는 오히려 독을 이용하고 있다. 약이란 증세와 병을 다스리는 물질이며 이독치독 즉, 독으로 독을 다스리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진맥과 침술이 의학의 두 기둥이며, 본초경 이래 약초로 부터 신체의 음기와 양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약물을 추출하여 병을 치료 하였다. 우리나라의 허준선생은 중국의학으로 부터 독립하여 자주적으로 한국의 약초로 한국인의 병을 치료하는 길을 열어 놓으신 분이다. 신토불이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의약의 한 줄기는 고래로 전수되는 약초식물의 주성분을 추출하여 화학적으로 재생산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기록에 전하는 모든 약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 약초로 부터 얻어내는 신약 또한 많다. 가려움증이나 화상 치료제인 장뇌, 하제로 쓰이는 대황, 복근 이완제로 쓰이는 아마존의 천연 독성물질 쿠라레 등은 가공하지 않고 직접 이용하지만 아스피린과 같은 경우는 버드나무 껍질의 성분이 해열제로 효과가 있어 분석 후 인공합성법으로 생산하는 약이다. 식물의 뿌리나 열매 심지어는 흙속의 미생물 또는 개구리의 피부 등으로 부터 합성하기 어려운 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결국 자연은 스스로 병을 주고 그 치료물질을 보물찾기식으로 어딘가에 숨겨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일각수의 뿔이나 만병초, 보석으로 만든 약처럼 황당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서로서로에게 견제의 기능을 부여했다고 믿게 한다. 이점을 고려하면 자연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으며 사라지는 유전자 자원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생산은 91년도에 3조6천5백억원 규모이며 규모면에서는 92%의 자급도를 보이고 있으나 원료의약품은 기술의 수준이 낮아서 50%의 자급도에 만족하고 있다. 국내의 제약회사는 91년도에 262개로서 11,289가지의 품목을 생산했다.

 

14) 몸보신과 신화 - 사람은 오래 살고 싶어하며 동시에 건강하기를 바란다. 더하여 남보다 힘이나 정력이 더 우세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일반 음식 이외에 특별한 효능이 들어 있는 먹꺼리를 찾아 나선다. 운동이나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다지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먹꺼리로 덕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부르는 신조어가 만들어 질 때도 된듯 싶다.

인삼은 옛부터 그 효능이 인정되어온 강장제로 현재에도 그 효능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난치병에 들어가는 암의 예방 기능이 알려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인삼은 성분의 효능도 효능이지만 뿌리가 인간의 형상을 닮아 더욱 신비를 더하는 영약이다. 인삼은 고려인삼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근래에는 중국산이 밀려 들어와 인삼에 대한 이미지를 약화 시키고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진단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진단이란 불로초란 뜻으로 인삼의 나라라는 의미가 있다. 전에는 개성을 중심으로 인삼이 대대적으로 재배되었지만 6.25 이후 개성의 인삼재배 농민들이 강화도로 대거 피난을 와서 강화인삼을 재배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인삼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특히, 충남 금산에서는 9월말과 10월 초에 걸쳐 금산인삼제가 열리는데 이는 강처사란 분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지금부터 1,500년전 금산군 남이면 성곡리에 홀어머니와 강처사가 살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불치의 병에 걸리자 강처사는 진악산 관음굴에 들어가 산신에게 지성으로 기원을 하였다고 한다. 그때, 산신이 현몽하여 관음바위 절벽에 빨간 열매가 3개 달린 풀이 있으니 그 뿌리를 어머니께 다려드리라 하므로 강처사가 그대로 하였더니 어머니의 병이 나았다 한다. 감동한 강처사는 이 열매를 성곡리 재안부락에 심어 재배하였던 바 이것이 곧 금산인삼의 시작이라 한다.

인삼의 가공에서 원료로 쓰이는 인삼은 6년근이다. 6년근을 쓰는 이유는 인삼을 재배하다 보면 6년째 부터 비대, 노화에 의한 괴사, 병약한 현상을 나타내므로 더 오래 재배하면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즉, 재배 인삼은 6년이 한계라고 할 수 있다. 6년근 인삼의 비중은 0.8 에서 1,15내에 분포하여 평균 0.97의 비중치를 보인다. 물론 비중이 클수록 좋은 인삼이므로 뿌리수가 적으면서 무게가 무거운 것일수록 좋은 인삼이다.

산삼은 신선들의 불로장생초로 알려진 영약중의 영약이다. 산삼의 자생지는 한반도와 만주 연해주 일대로서 옛부터 임금에 진상되던 약초이다. 산삼은 인삼과는 달리 몸집이 가늘고 길며 해마다 뇌두가 한개씩 생기기 때문에 뇌두수를 세어 나이를 안다. 몸에는 가로로 오목한 선이 있는데 이 선이 많을수록 좋은 산삼이라 한다. 또, 잔뿌리에는 옥주라 하여 콩과 식물의 뿌리혹박테리아 같은 것이 있으며 달고 쓴맛이 나며 잘 끊어지지 않고 인장강도가 큰것이 특징이다. 산삼의 색은 인삼이 흰데 반하여 황금색이다. 산삼은 3년이 지나야 2개의 잎이나며, 4년째 3잎, 5년째 4잎, 6년이 지나야 5개의 잎을 가진다. 산삼은 최고 1,000년을 살 수 있다고 하니 가히 놀랍다. 사람중에 가장 오래 산 3,000갑자= 18만년 동방삭이 보다는 짧게 살지만 서양에서가장 오래산 성경에 나오는 므두셀라의 969세 보다는 더 오래 산다. 북한의 주민들은 독재자를 위해 온 인민이 1년에 하루 날을 잡아 산삼을 캔다하니 독재자는 얼마나 살는지 궁금하다.

국화는 매란국죽으로 회자되는 4군자의 하나로서 향기 그윽하고 꽃이 오래가는 가을의 여왕으로 불린다. 예부터 음력 9월9일을 중양절이라 하여 경치 좋은 곳으로 나들이를 갔는데 이때, 국화전, 국화만두, 국화주를 준비하였다. 국화꽃은 신비한 영약으로 몸의 기운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국화를 달여서 마시면 70년은 거뜬히 살고, 100년은 보통이며, 오래는 200 내지 300년을 살 수 있다고 전해진다. 조선왕실의 문장은 이화(배꽃)지만 일본왕실의 문장은 국화이다.

잉어는 황하강 상류에 있는 용문과 관련하여 등용문이란 고사로 친숙하다. 과거에 급제함을 등용문이라 하므로 출세와 연관이 있다. 잉어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산후 몸조리에 기운을 북돋기 위해 용봉탕으로 많이 이용된다. 산모의 젖이 부족해도 잉어를 고아 먹는다. 파평 윤씨의 시조는 꿈에 나타난 잉어를 살려주고 출세 하였기에 잉어를 먹지 않으며, 평산 신씨는 충주 탄금대에서 잡은 잉어의 뱃속에서 신립장군의 금동곳이 발견되어 조상의 살을 먹은 고기라 하여 먹지 않는다.

뱀은 사탄의 상징으로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징그러워하는 동물이지만 정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식품이다. 뱀에는 인간이 갖지 않는 아미노산이 20여종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뱀을 먹는 방법도 여러가지여서 끓여서 탕으로 먹는 방법이 있고, 껍질을 벗겨 말린 등뼈를 곱게 빻아 먹는 법, 인삼등과 함께 술에 담그어 뱀사탕을 만들어 마시는 방법, 생으로 그냥 먹는 방법, 유낭만을 빼서 먹는 방법 , 쓸개만을 복용하는 등 다양하다. 뱀은 악업으로 태어나 일생이 괴로운 것으로 법화경에 묘사되어 있으며, 흙에서 나와 흙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므로 흙으로 빚은 인간의 원형으로 상징된다. 중국의 인류 창조 신화에 뱀(여와)이 등장하며, 그리이스 신화에도 최초의 인간은 뱀(kekrops)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도 이와같은 관점으로 설명 된다고 한국문화상징사전은 전한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김수로왕의 묘에 금과 옥이 많다하여 도둑들이 이를 훔치려 하자 사당뒤에서 30척이나 되는 큰 뱀이 나와 8,9명의 도적을 물어 죽였다고 한다. 또, 신라 48대 경문왕의 침전에는 저녁마다 많은 뱀이 모여들어 왕의 가슴을 덮어 주었다고 한다.

개는 사람과 아주 가까운 동물로 의로운 가축이다.고려 충렬왕때 개성의 한마을에 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이 모두 피신했다 돌아 왔을 때, 버리고 간 아이를 개가 돌보고 있었다는 얘기는 의견에 대한 고사이며, 전북 임실군 둔남면 오수리의 오수의 개는 주인에 대한 개의 충정을 전하는 얘기다. 개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사람에게 보다도 더 정을 쏟고 귀여워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개를 잡아 먹는다. 그것도 누렁이를 더 좋아 하는데 아마도 노랑색에 대한 동양인의 동경심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를 잡을 때는 다른 가축과는 달리 목을 매는데 죽어가는 개의 파란 눈빛을 바라보기란 고역스러운 것이다. 동국세시기에는 삼복에 개고기를 푹 삶은 구장에 닭과 죽순을 넣고 끓여 먹으며 땀을 흘리면 허한것을 보충할 수 있고, 무더위를 이길 수 있다고 전해지는 것을 보아도 개고기의 효과는 인정될 수 있다. 다만 불자들은 개고기를 금기식품으로 꼽는다. 속설에 의하면 절이 산속에 있어 개고기를 먹고 산에가면 냄새 때문에 호환을 당할까 두려워 먹지 않는다 한다. 그러나 삼목대왕의 설화가 더 근사한 설명을 해준다. 합주의 이거인이란 사람이 어느날 눈이 셋달린 강아지를 길에서 주워 길렀는데 3년 후, 아무병도 없이 죽었다. 이거인도 바로 죽어 저승에 갔는데 눈이 셋달린 삼목대왕이 있었다. 삼목대왕은 죄를 지어 자신이 이승에 개로 태어났을 때 자신을 길러준 이거인을 알아 보고는 이거인이 환생하도록 도와 준다는 내용이다. 그 후로 개를 삼목대왕의 환생물로 여겨 불자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심부름꾼으로서의 개는 일식과 월식에 얽힌 신화가 있다. 해와 달이 없어 어둡기만한 까막나라의 왕은 불개를 보내어 인간 세상의 해를 가져오도록 명령했다. 불개가 해를 물었지만 너무 뜨거워서 포기하고 말았다. 왕은 이번에 달을 가져오도록 하였다. 불개가 달을 물었으나 이번엔 너무 차가워서 또 실패하였다. 그래도 까막나라의 왕은 포기하지 못하고 기회만 있으면 해와 달을 가져오라고 불개에게 명령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불개가 해와 달을 물었다 놓았다 하는 바람에 일식과 월식이 일어 난다고 보는 것이다. 개의 감각능력은 뛰어나서 청각은 인간의 4배이고, 후각은 인간의 4,000배나 발달 하였다.

중국의 천자들은 희안한 음식을 별미로 즐겼다. 살아있는 돼지를 등을 몽둥이로 후려쳐 응혈지면 산채로 그 부위를 도려내어 요리하고, 철판을 깐 우리에 거위를 넣고 철판을 가열하면 거위의 발이 지글거리는데 이때 다리만 짤라 요리하는 아장, 앵무새의 혀요리, 박쥐의 배설물에서 일궈낸 모기눈알 요리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웅장이라 하여 곰발바닥 요리를 호기심에 선호하고 개구리를 먹는다. 동의보감에 기러기 기름은 머리털이나 수염이 잘나게 하며, 살고기는 모든 풍을 다스린다 하였으니 언제 또 기러기가 수난을 당할런지 알 수가 없다. 고양이도 즙을 내어 마시는데 관절염에 특효라 하고, 피고름이 나는 병에 좋으며, 난치병의 처방에 이용된다. 고양이즙은 귀신에 놀란 병에 특효약이란 말도 있다. 귀신에 놀란 병이란 한밤중에 누가 불러서 나갔을 때 밖에 아무도 없어 놀란 나머지 생기는 병이다. 이는 귀신이 불렀기 때문인데 이때문에 옛부터 밤에는 3번 이상 부를 때나 밖에 나가야 한다고 전해져 온다.고양이는 세조와 인연이 있다. 세조가 단종을 폐하고 왕위에 올랐을 때 등에 큰 종기가 나서 오대산 상원사로 휴양을 갔다. 그 절에서 문수동자의 현신을 만나 병을 치료하였기에 문수동자를 기리는 상을 만들고 절을 하려는데 고양이 두 마리가 나타나 절을 하지 못하도록 옷을 잡아당겨 이상한 생각에 동자상의 좌대를 살피라 하니 과연 그곳에 단종을 따르는 자객이 숨어 있었다 한다. 이번에는 고양이를 기리는 충묘석상을 만들어 상원사에 두었다. 이 충묘석상은 현재까지 전해져 온다.

중국의 연금술은 불사약을 만드는 쪽으로 발전하였다. 중국의 건강에 관한 관점이 음양론에 따라 음양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기 때문에 불사약은 당연히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야만 했다. 노란색을 띤 진사(HgS)를 증류기에 넣고 불을 때면 냉각 부위에서 수은이 얻어진다. 이 수은이야 말로 음양론에 적격인 물질이었다. 노란색을 띤 진사를 원료로 하니 황금이나 태양과 같은 색이라 양이요, 불을 때야 하므로 양의 기운이 많이 스며든다. 증발된 수은은 차가운 음의 냉각기를 거쳐 액체가 되므로 수은에는 양과 음의 기운이 가장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수은을 넣은 환약이 천자의 불사약으로 진상되어 중국의 역대 왕 중에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경우가 수 십 건에 이른다. 잘못된 관점으로 오히려 수명을 단축하게 된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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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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