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청각

소리이야기 2020. 12. 10. 22:48

 모든 척추동물들은 소리를 감지한다. 그것은 천적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리를 통하여 천적의 출현을 감지하고,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함이며 또 수컷들이 암컷을 유인하는 소리를 듣기 위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면 진화 계통수에서 가장 아랫자리를 차지하는 어류도 청각을 갖는단 말인가?  답은 '그렇다'이다.

 물고기는 대부분이 1kHz 이하, 저음의 물속 소리를 듣지만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듣는 소리의 주파수가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청어는 180kHz의 소리까지 듣는 것으로 돌고래 종류보다 더 높은 초음파음을 듣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다. 민물고기 중에는 잉어나 메기가 소리에 민감하다. 그러므로 잉어나 메기 등을 낚고자 할 경우는 특히 조용해야 할 것이다. 

그림1. 가자미, 연어, 뱀장어, 상어, 대구, 청어와 인간, 개, 돌고래의 청음 주파수 영역 (by Bill Brazier) (https://www.offthescaleangling.ie/the-science-bit/fish-hearing/)

 물고기의 귀는 입구가 막힌 상태로 아가미 위 쪽 속에 있다. 따라서 포유동물에서 귀를 외이, 중이, 내이로 구별하는 반면에 물고기는 내이만 있는 셈이다. 내이에는 전정기관이라고 부르는 몸의 균형감각을 지각하는 세 개의 반고리관이 공간좌표의 x, y, z 축의 모습으로 놓여 있어 3차원 공간상의 몸의 위치, 변화 등을 감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물고기 내이의 위치와 구조가 그림 2에 주어져 있다.

그림2. 물고기의 내이, 전정기관, 이석, 이소골, 부레 (by Bill Brazier) (https://www.offthescaleangling.ie/the-science-bit/fish-hearing/)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물고기의 내이에는 달팽이관(cochlea)은 없고  이석(otolith)이 달팽이관을 대신하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속의 소리가 귀로 들어오면 탄산칼슘(CaCO3)으로 되어 있는 이석을 진동시키게 된다. 이 이석의 진동은 다시 그림 2의 sensory cell의 섬모를 자극하여 진동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시켜 뇌로 보내게 된다. 따라서 물고기의 이석은 전정기관의 이석과 같은 원리로 작동을 하지만 청각적으로는 포유동물의 코르티 기관 내에 있는 개막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물고기의 내이가 이석 구조로 되어 있는 데는 음향학적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물의 특성 임피던스(밀도 ×음속)와 물고기의 살 부분의 임피던스 값이 서로 유사하기 때문에 소리 진동이 그대로 통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밀도값이 살과 크게 다른 이석을 내이에 놓아 소리 진동이 입사하면 이석의 경계면에서 소리 반사가 일어나면서 이석을 진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석은 1년마다 성장 무늬가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자라기 때문에 물고기의 나이를 알기 위한 지표가 된다. 아무튼 이석은 물고기의 나이가 늘어날수록 커지기 때문에, 즉 소리를 받는 면적이 커지기 때문에 소리에 더 잘 반응한다. 이 때문에 물고기는 나이가 들수록 청력이 쇠퇴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향상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고기가 물속의 소리를 듣는 데 있어서 내이만으로 듣지는 않는다. 물고기의 부레(air bladder)는 말 그대로 부력을 받도록 공기로 채워진 주머니이다. 따라서 물이나 물고기의 살 부분의 특성 임피던스 보다 작기는 하지만 경계면에서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소리 진동이 입사하면 부레 표면이 진동하게 된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레의 진동이 부레와 내이에 연결된 뼈(척추뼈와 이소골: ossicles)를 통하여 내이로 전달되기 때문에 물고기의 청력이 더 보강된다. 또 물고기는 측선(lateral line)이라고 부르는 민감한 감각기관으로 물의 온도나 물의 흐름을 감지하면서 소리의 진동에 의한 압력 변화를 감지하여 청력을 보강한다.  

 그러나 사실 물속에서의 음속은 물분자의 거리가 공기분자의 거리보다 작고, 밀도에 대한 압력의 비 값이 크기 때문에 공기 중의 음속에 비해 4배 정도 더 빠르다. 그러므로 물고기는 내이가 두 개일지라도 양이 효과(참조-https://soryro.tistory.com/158)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물고기는 음원의 방향을 두 귀로 탐지하는 능력은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깊은 바다에서조차 비가 오면 소리의 방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오랜 세월 동안 대대로 살아오면서도 비라는 자연현상을 인지하지 못해 비만 오면 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닌가 싶다.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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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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