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계이론

소리이야기 2011. 11. 11. 01:22

 음악은 외설이 배제된 유일한 예술이라고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음악은 소리로 표현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높낮이(pitch), 세기(intensity), 음색(timbre)으로 기술(記述)되며, 음악에는 장단(length)이 더 필요하다. 악보는 음악적 소리 정보를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악보에는 악기의 고유한 음색을 제외한 소리 요소들을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악보에는 음계(scale)로 높낮이를 나타내고, 음표로 장단을 나타내며, 약속된 단어로 세기를 기록하고, 기호로 작곡가가 요구하는 여러 기교를 표현한다. 하나 주의할 일은 음악에서 음높이와 장단은 어느 정도 정확하게 약속이 되어 있으나 강약을 의미하는 세기는 ‘강하게’, ‘여리게’ 등으로 표현되어 정도의 유두리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즉, 다른 요소 보다 특히, 세기는 지휘자의 곡해석의 여지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음계(music scale)는 소리의 높낮이에 대한 이름을 부여한 것으로, 역사 초기 여러 문명권의 음계는 협화 즉, 화음을 중시하는 ‘순정율 음계’ 였다.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음계도 현악기에 맞추어진 일종의 순정율 음계이며, 중국의 고대 음악이나 국악 음계도 관악기에 근거한 일종의 순정율 음계이다. 순정율 음계 음악은 조화롭고 감미롭다. 단점은 변조(transpose)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음악이 다양하지 못하며 대부분 일제히 동일 음계를 연주하는 제주(齊奏)를 한다.


피타고라스 음계(Pythagorean Scale)

 수학자 피타고라스(BC 6세기)는 현 진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리의 주파수비(周波數比)가 1:1(완전1도), 1:2(완전8도), 2:3(완전5도), 3:4(완전4도)일 때, 협화(consonance)가 가장 잘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참조_국악 음계이론(http://soryro.tistory.com/98)). 즉, 완전협화음이 가장 조화가 잘 된다고 보고 이들 완전협화음을 근간으로 음계를 만들었는데 이를 피타고라스 음계라 한다. 음계는 옥타브(Octive)내에 만들어지는데, 한 옥타브 음은 기준주파수에 상관없이 어떤 음과 그 음의 2배 주파수음의 관계를 말한다. 즉, 100Hz와 200Hz 사이도 옥타브관계이며, 200Hz와 400Hz, 4000Hz와 8000Hz 사이, 즉, 일반적으로 f와 2f 사이가  한 옥타브이다.

 또, 어떤 주파수의 완전협화음은 높은음과 낮은음 두 가지가 있다. 따라서 높은 완전4도음을 구할 때는 4/3를 곱하고, 완전4도 낮은음을 구할 때는 3/4을 곱하여 구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주파수의 완전5도 높은음을 구할 때는 3/2를 곱하고, 완전5도 낮은음을 구할 때는 2/3를 곱해서 구한다.

 이 원칙을 주어진 f음에 적용하여 5음음계(Pentatonic scale)을 만들 수 있다. 즉, 주파수 f인 C음의 완전4도 높은음을 F로 놓고, F에 완전5도 높은음을 구하면 (4/3)f*3/2=2f 즉, 한 옥타브(Octave) 높은음 C가 된다. 다시, 2f인 C음의 완전4도 낮은음을 구하면 2f*3/4=(3/2)f인 G음이 만들어지고, G음에 완전4도 낮은음을 구하면 (3/2)f*3/4=(9/8)f인 D가 만들어지고, D음에 완전5도 높은음을 구하면 (9/8)f*3/2=(27/16)f인 A음이 만들어진다. 이들 음을 낮은음부터 높은음 순서로 배열하면 다음과 같은 5음 음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5음음계는 한 옥타브를 5등분하기 때문에 음 간격이 넓어서 템포가 느려지며, 넓은 음계 사이를 이동하며 연주함으로 강한 힘이 느껴진다고 볼 수 있다.

 5음음계의 A음에 대한 완전4도 낮은음을 구하면 (27/16)f*3/4=(81/64)f인 E음이 만들어지고, E음의 완전5도 높은음을 구하면 (81/64)f*3/2=(243/128)f인 B음이 만들어진다. 이들 음을 주파수별로 차례대로 배열하면 다음과 같이 피타고라스 7음 음계가 된다.


 살펴본 바와 같이 피타고라스 음계는 완전4도와 완전5도의 관계를 갖는 음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협화가 잘 되는 음들로 음계가 구성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E와 F 사이, B와 C 사이는 반음의 관계이며, 그 외 음 사이는 온음의 인터벌 즉, 음정을 갖는다. 즉, 피타고라스 음계에서는 어느 주파수 f의 온음 높은음은 (9/8)f이며, 반음 높은음은 (256/243)f이다.

하여튼 일반적인 피타고라스 7음음계는 f인 C를 기준으로 F -> C -> G -> D -> A -> E -> B 의 순서로 만들어진다. 즉, 주파수 f인 C를 기준으로 처음에 완전4도음에서 시작하여 7음음계를 완성했는데, 처음에 완전5도음에서 시작하여 다른 7음음계를 만들 수도 있다. 주파수 f에 완전5도음과 완전4도음을 번갈아 적용하여 C -> G -> D -> A -> E -> B -> F -> C 의 순서로 다음과 같은 또, 다른 피타고라스 7음음계가 만들어진다. 여기서는 F-G와 B-C 사이가 반음이 된다. 그러나 이 음계는 채택되지 않았다.

 하여튼, 피타고라스 음계는 완전음의 배열로 만들어져서 협화는 잘 되지만 조바꿈을 하기가 곤란하다. 다시 말해 이론적으로는 조바꿈이 가능하지만 조바꿈을 하면 음조가 바뀌어 음감이 달라지며, 결정적인 문제는 조바꿈 곡을 연주하려면 그에 맞는 악기를 다시 만들어야 함으로 번거롭고 실용적이지 못하다.

 위 피타고라스 7음 음계는 피아노의 흰건반에 대응시켜 살펴 볼 수 있는데 이를 피타고라스 온음음계(diatonic scale)라고 하며, 9:8의 음정을 피타고라스 전음(whole tone), 256:243 음정을 피타고라스 온음계 반음(diatonic semitone)이라 한다.

 흰건반 사이에 끼워져 있는 검은 건반을 임시로나마 피타고라스 반음음계(chromatic notes)를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할 때, F#(F음의 반음 높은 검은 건반 음) 음계를 보면, B음의 4도 낮음 음으로 (3/4)x(243/128)=729/512 이다. 그러므로 F#-G의 음정은 (3/2)/(729/512)=256/243인 온음계 반음이 되지만, F-F#의 음정은 (729/512)/(4/3)=2187/2048이 된다. 이 음정을 피타고라스 반음계 반음(chromatic semitone)이라 한다. 즉, 피타고라스 음계에는 두 가지의 반음이 있다.

 그런데 피타고라스 음계에는 이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곤란한 점이 있다. 그것은 B#-C의 음정 관계로써 (9/8)의 6제곱: 2의 음정으로써 531441:524288인데 이는 (2187/2048)/(236/243)의 음정이다. 이를 피타고라스 콤마(Pythagorean comma)라 한다.

 이들 음정은 보통 센트(cents)로 나타낼 수 있다. 센트는 한 옥타브를 1200등분한 것으로써 두 음의 센트는 1200*log2(주파수비)=3986*log10(주파수비) 로 계산한다. 따라서 온음정 9:8은 204센트이며, 온음계 반음 256:243은 90센트, 반음계 반음 2187:2048은 114센트, 피타고리안 콤마 531441:524288은 24센트로 계산된다.

 센트로 1000:1003의 음정을 나타내면 5센트가 된다. 이는 3Hz의 주파수 차이음의 음정을 5라는 수치로 표현함으로 음정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1000:1003 음정은 좋은 귀(good ear)로 구별할 수 있는 음정이다.


순정율 음계(Just tuning scale)

 완전4도와 완전5도의 음정으로 피타고라스 음계가 만들어짐을 보았다. 여하튼 오래전에 음악에 새로운 협화음이 첨부 되었다. 이는 주파수비가 5:4인 장3도(major third)와 6:5인 단3도(minor third)이며 이들과 대응한 주파수비 8:5인 단육도(minor sixth)와 5:3인 장육도(major sixth)이다. 이들을 피타고라스음계와 구별하기 위해서 순정음정(just interval)이라 부른다. 따라서 이들 순정음정의 3도, 6도를 순정음정 장, 단 3도와 순정음정 장,단 6도라고 부른다.

 피타고라스 음계의 C-E 사이가 장3도와 유사하되 81:64이며, D-F 사이가 단3도와 유사하되 32:27의 주파수비가 된다. C-E음정을 피타고라스 장3도라고 할 때, 순정음정 장3도보다 (81/64)/(5/4)=81/80 만큼 높다. D-F 음정을 피타고라스 단3도라고 할 때, 순정음정 단3도 보다 (6/5)/(32/27)=81/80 만큼 낮다. 이때 81/80 음정을 syntonic comma라고 부른다.

 주파수비 4:5인 장3도와 5:6인 단3도를 활용하게 된 것은 매우 중요한 3화음(three-tone(note) combination) 발전의 결과이다. 3화음의 주파수비는 4:5:6으로써 장조의 3화음(major triad)이라 한다.

 

  위에 주어진 장조의 3화음을 이용해서 기본음계를 만들 수 있다. 즉, F와 A를 한 옥타브 올리고, 한 개 C를 다음 옥타브의 처음음으로 두며, D음을 한 옥타브 낮추어 배열하면 다음의 순정율 온음계(just diatonic scale)가 만들어 진다.

 
 순정율 온음계를 더 살펴보면, 다른 두 개의 3화음이 있다. 그 중 하나는 E-G-B로써 비율은 (5/4):(3/2):(15/8)=10:12:15 이며, 다른 하나는 A-C-E로써 그 비율은 (5/3):2:(5/2) =10:12:15 이다. 여기서 10:12=5:6는 단3도이고, 12:15=4:5는 장3도이다. 이들 두 개의 3화음을 단조의 3화음(minor triad)이라 한다. 결과적으로 순정율 온음계는 3개의 장조3화음과 2개의 단조3화음으로 구성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D-A음의 주파수비는 27:40으로써 순정 완전5도 보다 콤마(comma) 만큼 낮고, D-F의 음정은 27:32로써 순정 단3도 대신에 피타고라스 단3도이기 때문에 D-F-A의 3화음은 조화롭지 못하다. 더욱이 인터벌을 살펴보면 순정온음계 반음(just diatonic semitone) 16:15(112센트)는 정상이지만, 온음음정이 피타고라스 음계와 같은 9:8(204센트)와 10:9(182센트)로 두 가지로 주어지는 점이 성가신 일이다. 이러한 단점을 화음적으로 정비하여 만들어진 음계가 다음의 완전 순정율음계(complete just scale)이다.




평균율 음계(Tempered tuning scale)

 순정율 음계의 번거로움을 피한 채 다양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기 위해서 평균율 음계(Tempered scale)가 출현하게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16세기에 평균율 음계가 고려됐지만 18세기에 바하가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서 다양한 피아노 변조곡을 작곡함으로써 평균율 음계의 세상을 열게 된다. 이 때문에 바하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게 되었다.

 평균율음계는 말 그대로 한 옥타브를 등간격으로 나누어 12음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등간격은 산술적인 등간격이 아니라 주파수비에 대한 등간격이다.


 여기서 E-F, B-C 사이가 반음을 유지하도록 즉, 순정율 7음음계와 기본틀을 유사하게 가져 가면서 주파수비를 등간격이 되도록 평균율 음계가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평균율 음계의 온음의 음정은 200센트이며 반음의 음정은 100센트로 균일한 인터벌을 갖는다. 
 따라서 조바꿈을 쉽게할 수 있음으로 다양한 변조곡을 작곡, 연주할 수 있게는 되었으나 순정율 음계만큼 음(Notes)들 사이에 협화가 잘 되지는 않는 단점이 있다.


 표준음정 A의 주파수가 결정되면 각 음계의 주파수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수 세기 동안 관례적으로 중간 C보다 높은 A음을 표준음으로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각 마을의 교회 오르간 마다 서로 다른 고유의 A음계를 기준으로 음악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가 18세기 중엽 즉, 바하와 헨델이 활동하던 시절에 존 쇼어(John Shore)에 의해 음차(tuning fork)가 발명되어 ‘헨델의 음차’라 부르는데 A음의 주파수가 422.5Hz이다. 당시 A음의 주파수는 415~428Hz의 범위로 연주 되었다. 그러다가 해가 가면서 표준 주파수 A음의 주파수가 분명한 이유도 없이 점점 증가하여 19세기 말에 영국에서는 455Hz 까지 높아지고, 미국에서는 461Hz 까지 높아졌다.

 결국은 1953년에 국제 표준 기구(International Standards Organization)에서 A-440Hz를 채택 권장하여 세계적인 표준을 주었다. 그 후에도 표준음을 높여 연주하는 ‘Player Pitch' 현상은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대세는 A-440Hz의 표준음에 맞추어 작곡과 연주와 악기의 제작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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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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