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Siren)

소리이야기 2020. 3. 11. 17:27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마음도 덩달아 허둥대게 된다. 보통의 비상사태는 바로 생명이 왔다 갔다하는 상황에 연관되기 때문일 것이다. 응급상황의 환자를 싣고 가는 구급차, 화마가 덮친 현장으로 달려가는 불자동차, 흉악범을 쫒는 경찰차가 사이렌(Siren)을 울리며 질주할 때는 아프리카 평원에서 사자에게 쫓기는 임팔라의 심정도 이해할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가장 심한 스트레스는 생존을 위협받는 스트레스가 아니겠는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사이렌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키는 마녀 또는 요정이다. 상반신은 독수리 형상이고 하반신은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인어인 그림도 많다. 어쨋든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으면 어부들의 혼을 쏙 빼놓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죽도록 유혹했을까 싶다.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밀납으로 부하들의 귀를 막고, 자기를 기둥에 묶게 하고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절대로 풀어주지 말도록 명령하고는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고, 유혹에 실패한 요정들은 모욕감에 자살했다고 한다.

사이렌소리.mp3
1.17MB

 소리로 위급한 상황의 발생을 알리는 사이렌장치는 그리스 신화의 사이렌 요정들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위험에 빠뜨렸다는 데서 위험상황을 알린다는 의미로 경보장치 이름이 되었다. 예전에는 기계식으로 압축공기를 손으로 회전시키는 원판에 뚫은 구멍을 통하여 큰소리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때 손잡이를 빨리 돌릴수록 고음이 발생했다. 오늘날은 손잡이를 돌리는 사이렌 장치도 있고, 전동기로 원판을 회전시키며 압축공기를 불어 소리를 발생시키는 사이렌도 있고, 전자 회로를 이용하여 발진회로에서 소리신호를 만들어 증폭회로로 증폭시킨 사이렌 소리를 확성기를 통하여 내보내는 전자식도 있다. 차량에 부착된 사이렌은 대부분이 전자식이라 해도 될 듯하다.  

[그림 1] 사이렌 님프와 수동 사이렌

  음향 사이렌은 19 세기에 소리를 발생시키고, 주파수를 측정하는 음향과학의 도구였다. 1819 년 프랑스 과학자 인 Cagniard de la Tour(1777.3.31 – 1859.7.5)가 발명 개선했다.  그는 두 개의 황동판을 사용하여 디스크 사이렌을 만들었다. 황동 디스크 판에 동일한 구멍을 뚫고 하나는 고정하고 하나는 회전시키면서 공기를 황동판 구멍으로 불어 넣으면 소리가 음악적인 화음으로 발생하였다. 그는 이 장치로 소리의 주파수를 청각적인 비교측정법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

[그림 2] 수동식 회전 천공 원판(a), 노즐로 회전원판에 공기를 불어 넣는 모습(b), 성대에서 공기덩어리를 불어내는 개념도(c)

 디스크 사이렌의 소리 발생원리는 [그림 2]를 참조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 구멍이 뚫린 회전원판에 공기를 불어 넣으면 마치 [그림2]의 (c)와 같이 디스크 원판 아래로 공기 덩어리(air puff)가 발생한다. 날숨을 이용해서 (c)의 공기덩어리가 1초에 몇 개가 만들어지느냐 하는 공기덩어리 수가 곧 음성(voice)의 기본주파수가 된다. 그러므로 원판의 초당 회전수에 원주로 뚫린 구멍의 개수를 곱하면 발생하는 소리의 주파수가 계산된다.

 (c)와 같은 공기 덩어리가 만들어져 나오면 공기덩어리 부분이 바로 소리의 밀한 부분이 되며 공기 덩어리 사이가 소한 부분이 되어 불어져 나가기 때문에 소리가 발생하게 된다. 음성은 이렇게 만들어진 삼각파 형태의 소리가 성도(vocal track)를 통해 나오면서 공명하는 주파수 성분만 남아서 비로소 음성이 된다. 대신 디스크 사이렌은 노즐을 넓혀서 안쪽과 바깥쪽 구멍에 모두 바람을 불어주면 각 원주열에 뚫린 구멍의 수가 다르기 때문에 주파수가 다른 소리가 발생하며 이들이 화음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음악적인 소리를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3] 전기식 사이렌의 구조와 사이렌 스펙트럼

  [그림 3]에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사이렌의 구조도를 주었다. 모터가 회전하면서 팬을 돌려 압축공기를 만들고 회전디스크를 회전시키면 고정디스크의 구멍과 일치하는 경우에만 공기덩어리가 만들어져 소리가 발생하게 된다. 모터의 회전수를 일정하게 하면 일정한 주파수의 소리가 발생하되 공기압이 크면 소리의 진폭이 커져서 큰소리가 발생하게 된다.

 아무튼 경각심을 유발하는 경보성 사이렌은 주파수가 점점 더 높아지는 경우에 효과가 크다. 수동식 사이렌은 회전속도가 서서히 증가하도록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보성이 강한 사이렌이 만들어지지만 보통의 전기식이나 전자식 사이렌은 의도적으로 주파수가 올라가기를 반복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림 3]의 (b)로 주어지는 스펙트럼은 앞에 제시한 사이렌 음원의 앞부분인데 흰 화살표 부분이 기본음의 상승구간이다. 약 700Hz에서 1300Hz로 주파수가 상승하기를 반복한다.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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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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