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아서  무더웠던 지난 5월 19일에 다재헌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뭐 대단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나름 흥분과 의구심이 뒤범벅되었던 소동이었다.  내가 스스로 일컫기를 고라니 똥과 소똥구리 발견(?)에 대한 흥분과 그에 얽힌 소동이었다. 

 

 5일 전에 곤드레나물 모종을 구했다. 취나물을 반그늘인 바위 옆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곤드레 나물을 심었다. 그러고는 집에 왔다가 닷새 후인  5월 19일에 다재헌을 갔다. 가자마자  곤드레 나물 밭으로 갔다. 날씨가 너무 가물어서 곤드레 나물이 살아 있는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살펴보니 곤드레 나물은 살아 있었지만, 심은 곤드레의 반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고라니똥과 새들이 모래 목욕하는 작은 구덩이만 몇 개 파여 있었다.  나는 조로로 곤드레 나물이며 고라니 똥이 있는 부분까지 물을 듬뿍 주었다. 그리고는 마루에 앉아서 쉬다가 점심을 먹고 마루에 그늘막 설치 작업을 했다.

 

 4시경이 되었다.  곤드레 나물들이 생기를 되찾았는지 확인하러 갔다.  오전에 물을 주어서인지 곤드레 나물은 싱싱했다. 그런데...? 왠 풍뎅이 같은 놈이 젖은 고라니 똥을 앞 발로 두어 개를 뭉치고 있었다. 나는 바로 사진을 찍으며 녀석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고라니 똥을 굴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  혹시나...? 소똥구리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소똥이 없어서 고라니 똥을 먹고, 굴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그 속에 알을 낳는 것인가?  갑자기 흥분의 물결이 가슴으로 밀려왔다. 

 

 나는 즉시 핸드폰으로 구글링을 시작했다.  소똥구리-클릭-이미지를 치니 그림1과 같은 소똥구리 이미지가 많이 떠오른다.   

그림1 소똥구리

 사진을 보니 어려서 개울가 뚝방에서 소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를 본 기억이 난다.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자기보다 더 큰 소똥을 굴리는 소똥구리가 어떻게 집을 찾아가는지 궁금했었다. 소똥을 굴리다 보면 돌에 부딪히기도 하고, 비탈로 구르기도 하지만 소똥구리는 느리지만 정확히 소똥을 찾아 다시 굴린다. 아주 우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다시  '소똥구리와 백만원'으로 뉴스를 구글링 했다.  몇 년 전에 환경부에서 우리나라 토종 소똥구리를 100만 원에 현상금을 걸었다는 기억 때문이었다.  결과는 한 마리도 찾지 못해,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몽골산 소똥구리를 들여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똥도 몽고로부터 계속 공수되고 있다는 부분을 본 것도 같다.  아무튼 두산백과에는 다음 그림2와 같이 소똥구리를 정리하고 있다.

그림2 소똥구리 제원(두산백과)

 나는 저녁에 소똥구리를 검색하며 자식들에게도 내가 1971년도부터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소똥구리를 발견한 것같다고 카톡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소똥구리를 본 것도 1970년쯤으로 기억된다. 그 장소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튿날은 하루 종일 곤드레 밭으로 가서 그 소똥구리가 혹시나 도망간 것은 아닌지 구멍을 확인했으나 그놈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저녁 4시경에 전날 찍은 4장의 사진을 멸종위기 야생동물 통합콜센터로 보냈다. 긴장감은 많이 수그러든 상태였다. 그런데 보낸 지 9분 만에  다음과 같이 답이 왔다.

그림3 보라금풍뎅이가 고라니 똥을 굴로 끌고 들어가고 있다.

 

 '안녕하세요.

 멸종위기 야생동물 통합콜센터입니다.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보라금풍뎅이]로 확인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by  Dajaehun   

'다재헌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at-GPT와의 대화 - 단상(120)  (0) 2023.01.07
시간_2-단상(119)  (0) 2023.01.04
감각에 대하여-단상(117)  (0) 2022.04.07
늙은 인문학자의 대화-단상(116)  (0) 2022.01.27
친구, 그 과거의 허상-단상(115)  (0) 2021.01.21
Posted by 다재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