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영어로 사이언스(science)이다. ‘안다’라는 라틴어에서 사이언스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므로 과학은 ‘안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단순히 아는 것이 과학이라기보다는 ‘확실히 안다’라는 의미가 더 과학적이라고 생각된다. 자연에 대하여 어렴풋이 알게 되면, 당시의 미신적인 억지주장자는 될지언정 지혜롭고 올바른 사람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지의 자연현상은 인간에게 막연한 불안감,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번개나 낙뢰, 그에 수반되는 천둥소리, 지진이나 쓰나미 현상은 대단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이나 공포는 죽음이 동반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공포가 아니라 자연현상을 조절하는 어떤 막연한 의지자(意志者)의 의지가 개입된 것으로 오해하는데서 나타나는 두려움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학은 이런 의지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단순한 자연현상임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인간 심성의 밑바닥에 있는 공포감을 약화 시킨다. 마치 촛불이 어둠을 밀어내듯 과학이 무지로 부터 오는 두려움을 잠재운다.
어느 절에 있는 불상에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삼천년에 한 번 피는 허황된 전설의 꽃이라는 소문이 더해져 화제가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우담바라는 불상의 무릎에 피기도하고 나무기둥이나 서까래에 피기도하면서 신비감을 주는 대상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우담바라가 풀잠자리 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 된 적이 있다. 과학적인 관찰로 미신적인 요소가 깨뜨려진 경우이다.
예로부터 천둥소리와 같은 큰 소리도 강한 힘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가 언어로 입에서 튀어나오고 그 언어는 말하는 사람의 정신을 들려주는 것이며, 어둠속에서도 소리는 들려오기 때문에 미지의 어떤 세계와 연결성이 있다고 믿겨졌다. 어두움은 사후의 세계와 동일시되었기 때문에 결국
소리는 죽음의 세계 저편과 연결된다고 믿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 소리의 마법적인 힘과 신비한 힘이 인간 생활의 곳곳에 전파 되었으며, 음악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게 되었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의 사제들은 음악의 힘을 종교의식에 사용했으며, 피타고라스는 천구의 음악이란 개념으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의 소리를 설정하는 신비주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의 실체가 공기의 파동임을 밝힘으로써 소리의 마법적인 힘이나 신비함의 베일을 벗겨 버렸다.
지진의 공포감이 여러 두려움 중에서 가장 큰 공포일 것이다. 땅이 흔들리고 집이 무너지고 화재가 발생하는 재해인 지진은 절대자의 인류 멸망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던 시절의 상상적인 추측일 뿐이다. 과학은 지진이 판과 판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응력의 축적으로 일부분이 깨지거나,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미끄러져 맨틀로 들어가면서 마찰로 만들어진 마그마가 솟아나면서 화산폭발이 일어나 지각이 흔들리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해 준다. 이런 지진이 해양에서 일어나면 쓰나미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이로써 지진과 쓰나미의 발생이 절대자의 의지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님은 분명해 진다.
17세기 초에 프란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외쳤다. 자연을 아는 것이 힘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연의 힘을 인간 사회에 활용하자는 뜻이 담긴 문구이다. 아무튼 베이컨 이 후,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자연의 법칙과 원리가 밝혀졌고 그를 활용한 의학이나 농업 기술, 공학의 발달로 삶이 전에 없이 풍요로워 졌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학발전이 물질적인 풍요만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과학은 어둠의 터널을 비추는 횃불처럼 무지 몽매함을 밀쳐내고 인간의 정신적인 지식의 지평을 넓힘으로써 막연한 원초적 두려움을 없애는 지적 유희이기도 하다.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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