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음향학(1)

소리이야기 2017. 3. 16. 23:44

 

 건축음향학(Architectural acoustics)은 말 그대로 사람이 만든 집이나 건축의 실내 공간과 소리의 관계를 다루는 분야이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은 벽과 천정과 바닥이 있기 때문에 소리가 발생하면 벽이나 천정, 바닥에서 소리가 반사되고 흡수된다. 따라서 벽이나 천정, 바닥의 소재에 따라서도 음향 환경이 달라지고 가구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며, 창문이 열려있느냐 닫혀있느냐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이며, 공간의 크기가 달라져도 음향환경이 영향을 받는다. 이미 사람들은 그런 차이를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미국의 건축음향학자인 Wallace C. Sabine(1868-1919)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몰랐었다. 

 

 Sabine이 하버드대학 물리학과에서 강의할 때  Fogg Lecture Hall 강의실의 음향을 개선하기 위해 음향적으로 우수한 Sanders Theater 극장의 조건과 비교하면서 음향적 차이가 나게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연구, 실험측정한 일화는 유명하다. 1895년, 당시 밤마다 극장의 의자를 강의실로 옮겨와서 실험하고 사람을 의자에 앉혀 실험하고 새벽에 다시 의자를 원상복구시키는 실험을 하면서 다양한 측정을 수천번이나 했다고 한다. 이 연구로 Sabine은 건축음향학 분야의 최초 개척자가 되었던 것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서트홀인 Boston Symphony Hall의 음향설계를 하게된다.

                [그림1] 실내 공간의 잔향(www.aca.gr

       

 당시 Sabine이 연구한 결과는 소위 잔향시간(Reverberation time=RT60)이 실내음향에서 가장 중요한 물리적 인자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며 그를 공식화 및 수식화한 것이다. 실내 잔향시간은 실내 공간의 크기 및 실내표면의 평균흡음율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튼 잔향시간은 초기 실내 음향레벨(SPL)에서 60dB이 감소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Sabine에 의해 정해졌다. 그 이유는 전형적인 실내의 배경음압이 40dB이고 전형적인 오케스트라의 연주음이 100dB인 사실에 견주어 그 차이에 해당하는 60dB 감소시간을 잔향시간으로 표준화한 것이다.

 

 [그림1]에서 강당이나 콘서트홀, 교회, 강의실 등의 잔향이 형성되는 시간적인 변화를 볼 수 있다. 처음에 어느 위치에 직접음이 가장 큰소리로 가장먼저 도착하고 초기지연시간(직접음 도착과 첫번째 반사음 도착 시간차)이 지난 후에 벽이나 천정, 바닥에서 초기반사된 소리가 도달하되 음압이 감소한다. 초기 반사(그림1의 녹색선) 다음에는 늦은반사(그림1의 청색선), 즉 다중반사된 소리들이 잔향된 상태로 도착하면서 세기는 점 점 약해진다. 직접음보다 다중 반사음이 전달경로가 길어서 도달시간이 늦어지고, 벽에 부딪히는 횟수가 많아서 흡음되기 때문에 음압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로부터 실내 공간이 클수록 잔향시간이 길어지리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으며 큰 공간의 잔향시간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흡음재의 적절한 선택과 적절한 배치면적을 결정해야 한다. 특히, 콘서트홀이나 오케스트라 연주홀의 경우는 여름과 겨울의 관객들 옷차림의 차이에 따라서도 홀의 음향환경이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음향 설계를 하고 있다.  

 

 보통은 잔향(Reverb)과 메아리(Echo)를 혼동하기 쉽다. 잔향은 [그림1]처럼 반사음들의 시간간격이 조밀하기 때문에 구별하여 들을 수 없는 소리이고, 메아리는 반사음들의 시간간격이 35mS 이상으로써 구별하여 감지되는 소리이다.  따라서 메아리는 깊은 골짜기나 큰 산에서 잘 경험할 수 있고 공간이 큰 실내에서도 들을 수 있다. 반면에 작은 공간에서 나타나는 강약으로 듣기는 메아리성 소리는 벽과 벽 사이, 천정과 바닥사이에 정상파가 형성되어 들리는 현상으로 특별히 플러터에코(flutter echo)라고 구별한다.

 

 실내 잔향시간은 풍선을 터트리거나 딱총으로 펄스성 소리(pulse sound: 지속시간이 짧은 큰소리)를 발생시켜 여러 지점에서 마이크 시스템으로 측정한다. 잔향시간이 1초 이상인 실내는 반사음이 많은 경우이고 음향적으로 라이브(Live)하다고 표현하며, 잔향시간이 0.5초 이하인 공간은 반사음이 적은 경우이고 음향적으로는 드라이(Dry)하다고 한다.  라이브한 공간은 오르간이나 파이프오르간의 소리를 풍부하게 하기 때문에 음악에서는 좋지만 대화음의 명료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반대로 드라이한 공간은 대화음의 명료도는 높아지지만 음악적으로 풍부함이 떨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실내공간의 용도에따라 적절한 잔향시간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2] 공간 용도별 적절한 잔향시간(www.melfoamacoustics.com)

 

 [그림2]에 공간 용도별 적절한 잔향시간을 주었다. 여기서 '적절하다'함은 연구자들의 주관적인 판단기준이 다를 수 있고, 주파수 별로 벽체의 흡음율, 반사율이 다를 수도 있으며, 같은 공간일지라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따라 다를 수 있으며, 심지어 연주홀일지라도 어떤 종류의 음악을 연주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잔향시간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또, 잔향시간만이 공간의 음향특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벽의 차음효과, 방의 크기, 방의 모양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표1] 유명 연주홀의 바닥에 의한 초기 지연시간(t1)과 주파수별 잔향시간(from Hyperphysics)

 

 하여튼 보통의 연주홀이나 강의실의 잔향시간은 500Hz 기준으로 1.5초~2.5초 정도로 권장하고 있다. 또 실제로 비엔나 연주홀의 경우는 RT= 2.05초이고, Boston Symphony Hall은 1.8초이고, 런던의 Royal Festival Hall의 잔향시간은 1.5초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잔향시간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고의 연주홀로 인정받는 것은 주파수별 잔향시간이 최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표1]에서 유명 연주홀의 주파수별 잔향시간을 보면 고음성분일수록 잔향시간이 짧아짐을 알 수 있다. 이는 고음일수록 전파과정에서 감쇄가 심하고 흡음이 잘되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실내음향이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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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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