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끝나 다재헌에 가니 잔디 위로 흙더미가 쌓여 있다. 작은 것은 직경 10cm, 큰 것은 30cm나 된다. 처음 보는 일이라서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뭐지?

흙 무더기

 흙더미를 보아하니, 분명 땅의 안쪽에서 흙을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쌓여 있으니 굴을 뚫으면서 흙을  뒷발로 밀고 와서 배출한 것으로 보인다. 지렁이 잡아먹으려고 쥐가 그랬나? 두더지인가? 그런데 들쥐들은 대체로 흙에 구멍을 내지만 흙을 배출하지는 않는다. 그럼 두더지인가? 보통의 두더지는 앞발로 흙을 좌우로 헤치며 동시에 머리와 몸으로 흙을 위로 들썩이며 앞으로 진행하며 굴을 만들기 때문에 외부에서 쉽게 두더지 굴을 알 수가 있다.

흙더미 크기

 괴이한 일이다.  흙더미를 헤쳐보니 구멍이 드러났다. 쥐구멍이라기 보다는 두더지 구멍이 맞을 듯하다. 한 삽 분량의 흙을 파서 배출하려면 튼튼한 앞발을 가진 두더지가 아니면 할 수가 없다. 두더지를 본 사람은 알 수 있듯이 두더지의 앞발은 강력하다. 표피가 잔디밭이라서 흙을 위로 들썩일 수가 없어서 아마도 굴을 뚫으며 나오는 흙을 배출한 게 아닌가 싶다.

두더지와 구멍

 두더지의 주둥이는 설치류 답게 뾰족하다. 눈은 퇴화되었지만 주둥이 위 쪽 끝에 코가 있어서 땅속에 숨어 있는 벌레들을 냄새로 기막히게 알아채서 잡아먹는다. 특히 농약을 별로 사용하지 않거나 흙을 소독하지 않는 곳에는 지렁이가 많아서 두더지도 많다. 지렁이가 가끔 잔디 위로 올라왔다가 땅으로 들어가지를 못하고 강한 태양빛에 피부가 말라죽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지렁이는 환영 동물로써 아래쪽이 뚫린 자루 형상이다. 지렁이는 흙을 통째로 먹어 흙속의 유기물이나 균류들을 소화시킨 후에 배출한다. 따라서 지렁이가 땅속을 돌아다니며 생존하는 자체가 식물에게는 뿌리 쪽으로 공기를 유통시키고 흙에 공극을 만들어 수분을 가두게 하는 김매기 효과를 제공한다. 고대 피라미드를 건설할 당시에는 농부들이 동원되었기 때문에 나일강가의 농사는 지렁이가 짓는다고 보고 지렁이를 해외로 반출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잔디밭에 지렁이가 배출한 흙더미(직경 및 높이: 5cm)

이런 엄청난(?) 지렁이를 잡아 먹기위해 두더지가 잔디밭을 망치니 이 일을 어찌 처리해야 좋을지 난감한 아침이다.

    -------by  Daj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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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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