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와 저울 - 도량형 단위는 다양한 방법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보통은 신체가 기준이 되었다. 그것이 생활에 편리했기 때문이다. 신체를 기준으로 길이나 부피의 단위를 주면 측정자를 언제나 몸에 휴대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밭의 이랑수로 넓이를 재기도 하고 사람의 걸음수로 경작지의 넓이를 재기도 했다. 1리(지금의 1리와는 다름)는 300보와 같은 단위가 그 예이다. 그러다가 손가락의 폭으로 지척의 길이를 정하였다. 손으로 부터 결정된 단위로는 치, 자 등이 있다. 소주나 곡식의 부피를 나타내는 1홉도 두손을 우그려 담을 수 있는 양으로 정해졌고, 목재의 길이단위인 1사이는 조선시대의 평균신장에 따라 정해진 단위이다. 목재의 길이를 이처럼 정하면 집을 지을때 계산하기가 편했을 것이다.

영국단위인 파운드는 우여곡절 끝에 밀알 7,680 개의 무게로 결정하여 지금은 453.6g으로 확정되었고, 14세기에 둥글고 마른 보리 3알을 1인치로하고, 12인치를 1피트로, 3피트를 1야드로 정했지만 16세기에 보리알 64개의 폭을 1피트로 결정하여 지금은 1피트를 30.48cm로 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음계의 기초를 확립한 박연선생께서 황해도 해주산 거서(검은기장) 100알의 길이로 황종척(34.7cm)을 정한 방법과 유사하다.

여하튼 예전의 도량형은 인체나 곡식을 표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일정한 도량형의 수치가 유지되지 못하고 상거래에도 문제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들은 국제 도량형 단위인 미터법이 만들어진 이후 깨끗이 해결되었다. 미터법의 단위인 미터, 킬로그램, 초 는 물리적으로 엄밀한 기초위에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터법을 한국표준연구소에서 관장하고 있다.

근래에는 부피의 측정에 문제가 많으므로 즉, 측정 대상의 알갱이 모양이나 크기가 달라 공극의 차이가 발생하고, 말이나 되박의 크기를 교묘하게 속일 수 있기 때문에 저울을 이용한 무게단위로 상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저울은 근본적으로 돌이 땅으로 떨어지는 원리인 중력에 기초를 두고 있다. 지레의 원리를 응용한 막대저울과 쌀집등의 대형저울, 용수철의 원상복귀를 이용한 용수철저울이 이용된다. 정육점등의 전자저울은 용수철저울에 전자회로를 연결하여 가격까지 계산되도록 하던가 아니면 압력이 가해질 때 전기저항이 변하여 전류가 바뀌는 성질을 이용한 저울이다.

60진법에 기초를 둔 시간이나 각도는 10진법 체계에 익숙한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않은 일이다. 10진법은 손가락수가 10개인 이유로 채택되어 사용되었지만 60진법은 지금의 이라크지역에 해당하는 유프라테스,티그리스강 유역의 전통에 기원을 두고 있다. 수학자인 칸토르에 의하면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1년을 360일로 산정하였기 때문에 원주를 360도로 등분한 후 1도의 태양변화를 1년의 1일분으로 대응시켰다 한다. 이때 360등분된 원주는 그 원 반지름의 약 6배가 되므로 60도는 반지름과 같은 원주의 길이에 대응하는 각으로 선택되었다. 이 60 이란 수치를 기준으로 1도는 60분, 1분은 60초로 정하고, 지구에 대한 태양의 공전도 원 이므로 각에 대응한 시간을 고려하여 1시간을 60분, 1분을 60초로 정하였던 것이다.

시간을 측정하는 기술은 매우 정밀하고 국가 기술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밀측정을 둘러 싼 국가간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흔히 과학기술은 국력이라고 외치고 있다. 로켓트 기술이 미사일을 만드는 기술이고 원자력기술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것만이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경제적이고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우위확보는 경쟁이며 경쟁은 국가를 위한 것이다. 과학이 매우 객관적인 학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국수주의적 성격을 나타내는 부분이 도처에 널려 있다.

길이의 단위인 1m를 지구둘레의 4천만 분의 1로 즉, 적도에서 북극까지 거리의 1천만 분의 1로 정한데는 프랑스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프랑스는 영국이나 독일 및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1875년에 국제도량형 협회를 창설하여 1m를 결정 했다. 프랑스는 이미 적도에서 북극까지의 거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네 나라에서 사용하는 길이단위의 변화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1미터라는 자국의 단위의 2배가 되는 길이를 현재의 1m로 책정하려고 1천만이란 숫자를 들고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9년에 이 협회에 가입했다.

도량형은 국가의 살림살이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것이다. 한자어로 제도는 국가의 법규를 말하지만 원래는 길이를 정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길이가 결정돼야 땅의 면적을 알고 세금의 양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후에 분서갱유란 유례없는 만행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사실은 사상의 통일과 지방마다 다른 도량형의 단위를 통일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뀐 도량형에 적응하기는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도 미터법에 따라 넓이를 평에서 m2 단위로 바꾸었지만 아직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런 문제 때문에 1m란 단위 결정에 선수를 친 것이다. 따라서 영국단위를 주로 사용하는 미국이나 영국은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피이트나 파운드, 야드, 마일 등의 단위를 고수하고 있다.

날짜변경선도 이와같은 관점에서 그어졌다.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태평양 사이에 날짜변경선이 그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미국을 가면 하루를 빼야하고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오면 하루를 더해야 한다. 날짜변경선은 미국과 유럽의 유대관계가 동양과 미국의 유대관계 보다 더 긴밀하기 때문에 자기들을 하루생활권으로 묶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대서양이 아닌 태평양에 그어진 것이다. 그러기에 러시아의 동부가 세계의 첫날을 가장먼저 맞이하고 다음이 일본이며 다음이 한국이 된다.

여하튼 지구가 자전을 하든 천구가 지구 주위를 공전하든 하루에 한바퀴 도는 것은 같다. 즉, 24시간에 한바퀴를 돌기 때문에 360도 ÷ 24시간 = 15도/시간 으로 한시간에 15도를 돈다. 따라서 경도 15도 차이는 시간으로 1시간의 차이를 갖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표준자오선은 일제때 일본의 동경을 지나는 135도 경도로 결정되어 지금도 아무 수정없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과는 135도 ÷ 15도/시간 = 9시간 의 시차를 갖는다. 미국의 로스엔젤레스와는 시간적으로 7시간의 시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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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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