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에서 방랑벽이 가장 심한 새가 뻐꾸기이다. 뻐꾸기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유랑길에 오른다. 공중에는 딱히 길이 있는 것이 아님으로 뻐꾸기는 바람 부는 대로 길을 떠난다. 길 떠나는 나그네처럼 뻐꾸기도 혼자 길을 떠난다.
뻐꾸기는 일생을 외롭게 살기 때문에 그 목소리에 외로움이 가득하다. 봄에 날이 길어지고 늘어지기 시작하면, 숲에서는 틀림없이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울음소리다. 그 소리는 한 여름 내내 전염병처럼 외로움을 온 숲에 퍼뜨린다.
뻐꾸기는 방랑의 외로움이 극에 치달아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애처롭게 짝을 찾는다. 요행히 짝을 찾으면 외로움을 불태우는 사랑을 서두른다. 사랑은 짧은 시간에 불같이 타오른다.
뻐꾸기는 가정을 꾸리지 않는다. 미련을 두지 않은 채 훌훌 길을 떠날 수 있는 점이 뻐꾸기의 매력이다. 이런 이유로 뻐꾸기는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 뻐꾸기 둥지는 세상에 없다. 둥지를 만들 필요도 없지만 둥지를 만들 시간도 없다. 길 떠나는 나그네가 한곳에 마음을 두지 않듯이 뻐꾸기도 머무를 곳을 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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