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물
전에는 '나물캐는 아가씨' 노래를 듣거나 바구니끼고 실제 나물을 캐는 아주머니들을 보면, 따듯한 봄날의 조금은 여유로운 호사로 생각되었었다. 정말이지 추운 겨울을 보내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의 나물캐기는 따사로운 정경이다.
나물하면 그저 냉이밖에는 아는게 없었다. 그러다가 자라면서 알고보니 민들레도 봄나물이고, 엉겅퀴도 나물이고, 망초싹도 부드럽고 맛있는 나물이다. 이른 봄이 지나면 고사리, 취나물, 곤드레나물 등이 산에 지천으로 솟아나고 화살나무잎, 다래순, 두룹순, 옷나무 순, 엄나무 순, 가죽나무 순 등 연한 잎사귀 나물들이 난다.
어쨋든 이른 봄에는 냉이, 달래가 대표적인 나물이다. 지금이야 별미로 냉이와 달래를 시장에서 사먹고 있지만 사실 1970년 대 통일벼가 나오기 이전에는 나물캐는 일이 그렇게 여유로운 행사가 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시골 사람들은 이른 봄부터 보리가 익기까지 보릿고개로써 먹을거리가 부족한 봄을 보내면서 나물을 캣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재헌에서 봄맞이하다가 갑자기 이 생각이 들었다.
매화 꽃이 피고, 산수유가 노랗게 핀 봄 날은 화사하다. 햇살도 따스하고 하늘도 맑으니 생기가 숲으로 들로 나무 사이로 부드럽게 흐르고, 너그러운 신의 온기가 대지를 감싼다. 오늘따라 이런 시절에 어두운 마음으로 춘궁기를 보내야만 했던 가난한 조상들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따스한 봄날에 춘래불사춘인 상태로 나물죽이라도 끓여 먹으려고 나물을 캣을테니 그 속이 편안할리 없었겠다. 하필이면 새들은 나물캐는 아가씨의 속도 모른채 봄이라고 더 지지골대고 시끄럽게 구니 보릿고개가 더 야속했으리라.
그래서 그랫나? 먹기에는 좀은 뻣뻣하고 맛도 별로인 풀 나물을 먹을지라도 기왕 먹는 것이니 이름만이라도 이쁘게 지어 서글프고 섭섭한 마음을 달래려고 그랬나? 별금다지, 꽃다지 뜯어다가 맛난 저녁 먹자꾸나. ㅠㅠ
----------------by Daj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