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이야기

소리를 이용한 반향정위(Echolocation)

다재헌 2018. 3. 24. 16:46

 

 반향정위(反響定位=Echolocation)는 전자기파나 진동, 소리를 발생, 방사시켜서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로부터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통하여 물체의 위치, 크기, 이동속도 등을 알아내는 일종의 능동 탐지 기술이다. 반대로 각 물체로부터 발생하는 전자기파, 진동, 소리를 수신하여 물체에 대한 정보를 탐지하는 방식은 수동 탐지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천체를 관찰하는 전파망원경이 수동 탐지장치이며, 진동을 수동으로 탐지하는 지진파 탐지, 적의 잠수함 스크류(screw)에서 발생하는 소리로 잠수함을 탐지하는 기술도 수동식 탐지에 해당한다.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능동 탐지기술 기구는 2차 세계대전 직전에 개발되어 항공기 탐지에 주로 사용되다가 기상관측 등과 같이 다양한 분야로 활용도가 높아진 레이다(RADAR: RAdio Detecting And Ranging)이다. 레이다는 파장이 10~100cm인 극초단파를 사용한다. 전자기파의 파장이 짧을수록 빔의 집속성이 크고 직진성이 좋기 때문에 물체를 탐지하기가 용이하다. 근래에는 상대방의 레이다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스텔스(stealth)기능을 항공기나 함정에 적용하는데 이는 적의 레이다에서 발사하는 전자기파를 흡수하거나 적의 레이다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반사시키는 일종의 은폐기능이다. 적외선을 포함하는 전자기파는 금속표면에서 잘 반사한다. 

 진동을 이용하는 반향정위는 석유탐지, 광물탐지, 지하 동굴탐지 등에 활용한다. 한 지점에서 화약을 폭발시켜서 진동이 땅속으로 전달되다가 다른 매질의 경계면에서 반사되는 반사파를 통하여 탐지한다. 즉, 공기중의 멀리있는 물체 탐지에는 전자기파 레이다를 사용하지만, 땅속은 진동파를 이용하여 탐지한다. 지진파의 지구 내부 반사를 통하여 내핵과 외핵의 경계면 깊이가 5100km, 외핵과 맨틀 경계면의 깊이 2900km, 지각의 평균두께가 35km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종의 비파괴검사이다. 

 물속 소리를 이용한 반향정위는 돌고래가 대표적이다. 물론 돌고래는 일반 소리부터 인간가청음을 넘는 초음파를 이용한다. 돌고래가 활용하는 음원방사 주파수는 2000~200000Hz이다. 돌고래는 출수공 근처에서 주둥이 쪽으로 초음파를 방사하여 물체나 다른 물고기에서 반사되어오는 반사파로 물체의 위치를 알아내게 된다. 반사된 소리는 턱 안쪽에 있는 청각기관에서 감지한다. 좌우에 청각기관이 두 개이기 때문에 양이(兩耳)효과로 물체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잠수함탐지나 어군탐지를 위한 음향탐지인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속 반향정위 기술이다. 

 

                                 [그림1] RADAR, 진동파 탐지, SONAR

 공기중에서는 박쥐가 초음파로 반향정위하며 먹이활동을 하는 포유동물이다. 그러고보니 물속에사는 포유동물인 돌고래나 날개달린 포유류나 모두가 포유동물이면서 특이한 두 종이 초음파로 반향정위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렇다고 포유동물만이 초음파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스텔스나방이라고 박쥐의 초음파를 교란시키는 초음파를 방사하는 나방도 있다. 아무튼 초음파는 주파수가 높은 소리이기 때문에 공기중에서 전달시 감쇠가 심해서 집속하지 않으면 먼거리까지 전달되기가 어렵다. 기껏 몇 m 앞까지만 전달된다. 그러나 파장이 짧아서 반향정위의 물체식별 분해능은 우수하다. 박쥐가 드나드는 동굴 입구에 굵은 피아노 현을 수직으로 놓은 실험에 의하면 수 만 마리의 박쥐중에 피아노줄에 부딪힌 경우는 한마리도 없었다고 한다. 

    [그림2] WAFTB 자선단체 회장인 다니엘 키쉬(빨간 셔츠)가 소리를 이용한 반향정위를 지도하며 하이킹 중.

  사람은 초음파를 방사하지는 못하지만 소리를 내서 물체의 위치를 탐지하는 맹인이 있다. 망막암으로 맹인이 된 미국인 Ben Underwood는 5살부터 혀로 딱 딱 소리를 내서 반향정위를 했다고 한다.  Ben은 16세에 죽었다. Daniel Kish는 생 후 13개월 때 망막 모세포종으로 볼 수 없게 되었는데, 생 후 18개월 때부터 혀를 이용한 소리(2000 ~ 6500Hz)를 발생시켜 물체에서 반사되는 소리를 듣고 물체를 보았다고 한다. 소리는 파장이 초음파보다 길어서 분해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비교적 먼 곳의 물체를 반향정위할 수 있다. 다니엘 키쉬는 2000년도에 WAFTB(WAB: World Access for the Blind)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현재 많은 전세계 맹인들에게 소리를 통해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맹인들에게 산악하이킹이나 산악자전거를 가르치고, 즐기고 있다. 

[키쉬의 반향정위 소리, 앞 4번은 멀리서 녹취하고 뒤 2번은 근접 녹취음]

 

  [그림3] 소리로 Echolocation하는 사람의 시각영역 활성화 fMRI 사진(왼쪽)

 실제로 반향정위를 하는 사람의 fMRI 뇌 사진에 의하면 청각부위가 활성화 되는게 아니라 시각부위인 후두엽이 활성화 된다. 이는 입의 혀로 발생한 소리를 통한 반향정위(Echolocation)는 물체를 입체적으로 시각적인 탐지를 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또, 정상적인 경우에도 발생하는 청각과 시각의 혼선인 공감각적 지각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키쉬의 방법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시각뇌신경과 청각뇌신경 사이의 뇌신경결합이 일어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공감각적 지각은 침팬지에도 나타나는데 고음은 밝고, 저음은 어둡다고 말하는 것이나 일본에서 사용하는 노란 목소리나 에스파니아의 하얀 목소리라는 표현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키쉬의 반향정위를 모든 맹인이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다.  

 박쥐의 반향정위를 모방하여 맹인의 안내도구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이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림4]에 주어진 맹인 안내시스템은 초음파를 발생시켜 전방의 물체로부터 반사되는 초음파를 리시버로 받아서 가청음으로 변환시켜 반향정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구이다. 이 도구는 한 살 이내의 아이에게 적용하는 안내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일반화되지는 못했지만 맹인을 위한 안내시스템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엿 볼 수 있다.

                        [그림4] 초음파를 이용하는 맹인용 안내시스템(Diagram of T.G.R. Bower) 

 [그림 4]의 안내시스템은 반사된 초음파를 가청음으로 변환시켜 반향정위를 하는 시스템으로써 물체의 거리, 크기, 재질, 좌우 위치, 상하 위치를 알 수 있다. 거리는 음높이(pitch)로 알아내는데 낮은음이면 근거리, 높은음이면 원거리에 있는 물체를 나타내며, 진폭(amplitude)으로 물체의 크기를 알아 낸다. 다시 말해서 큰소리이면 큰물체, 작은소리는 작은 물체이다. 또 명료성(clarity)으로 재질을 알아 낸다. 즉, 깨끗한 소리는 표면이 딱딱한 물체이고, 부드러운 소리는 직물천임을 알 수 있다. 더하여 좌우 위치는 양이효과처럼 좌우 귀로 듣는 소리의 시간차이로 알 수 있으며 상하 위치는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여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 by  Daj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