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헌 2018. 2. 8. 16:23

 

 사람은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언어 생활을 한다.  언어 생활의 대화란 상대방과 말을 주고 받는다는 의미인데 말을 줄 때는 입으로 주고, 받을 때는 귀로 받는다. 다시말해 입은 말소리(voice)를 만들고 귀는 말소리를 받아들인다. 입은 Speaking하고 귀는 Hearing 한다. 이 때, Hearing을 잘 하지 못하면 난청(難聽)이라고 한다. 정상인이 나이가 들면서 청각 유모세포의 융모가 부러지거나 흐트러져서 난청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나마 노인성 난청은 말은 하되 잘 듣지를 못하게 되는데 반하여 선천적인 난청의 경우는 말조차 배우지 못해 아예 대화를 할 수 없다. 보통 선천성 난청은 난청의 정도에서 가장 심한 난청인 농(聾=profound)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말 못하는 아이를 농아(聾兒)라 부르는게 아니고 거의 듣지 못하는 아이를 농아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무튼 여기서는 노인성 난청인이 왜 청각기능이 일부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난청으로 대화의 곤란함을 겪는지를 살펴 본다.

 

 입으로 말을 한다는 것은 성대를 좁힌 상태에서 날숨으로 성대를 진동시키면서 성도를 구성하는 인두, 후두, 구개, 혀, 치아, 입술 등을 움직여서 공명조건을 달리하면서 모음과 유성자음을 발성하고, 입술이나 혀를 조작하여 무성자음을 발생시키는 행위이다. 음성학에서 모음 사각도, 즉 모음의 발성위치도가 주어지는데 이는 그 부분에서 각 모음의 주된 공명이 일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발성음은 100-8000Hz 사이의 주파수의 소리로 구성되는데 모음같은 저음성분은 말소리의 크기에 관여하고,  자음같은 고음성분은 주로 발성음의 명료도에 기여하게 된다. 자음이 대체로 주파수가 높은 고음이지만 ㅋ, ㅌ, ㅍ 같은 파열자음의 주파수가 특히 더 높다.

 

                                         [그림1] 영어  a와 i 음의 포만트(from HyperPhysics, after Benade)

 

 모음은 공명하기 때문에 기본음의 배음성분이 만들어지고 배음성분들이 부분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영역이 저음부터 고음쪽으로 대략 5 내지 6개가 나타나는데 이를 포만트(formant)라고 부른다. [그림1]에 영어의 a 발음에 대한 포만트 그림을 주었다. 스펙트럼 그림에서 검은 세로선은 기본음의 배음(overtone)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그림의 측정은 미국의 유명한 악기 음향학자인 A.H. Benade(1925~1987)가 측정한 것으로 a의 제1차 포만트는 150-850Hz이고, 제2차 포만트는 500-2500Hz, 제3차 포만트는 1500-3500Hz로 측정되어 있다. 그림에 제대로 나오지는 않지만 제4차 포만트는 2500-4800Hz에 형성된다.

 

 보통 모음의 포만트에서 제1차 포만트의 주파수 영역은 유사하지만 제2차 포만트부터 영역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모음의 구별을 위해서는 적어도 제1, 2차 포만트는 명확히 발음되어야 대화 음성을 알아 들을 수가 있는 것이다. 또, 대화음의 크기는 모음 발성의 강도로 결정된다. 이는 모음이 저음이면서 발성의 크기,  발성길이를 조절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3차 포만트 이상의 포만트는 발성음의 음색(tone color=timbre)을 결정하는데 기여한다. 

 

 보통 노인성 난청인의 대부분이 500-4000Hz 주파수 대역에서 청력손실이 나타난다. 따라서 2000Hz 고음 청력손실이 있는 난청인은 대화상대의 말소리의 ㄱ, ㄲ, ㅋ, ㄷ, ㄸ, ㅌ, ㅂ, ㅃ, ㅍ 같은 파열음을 명료하게, 즉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대화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처럼 주파수에 대한청력손실은 자음의 청력손실로 나타나는 것으로  '파뿌리'를 '아우리'로 듣게 되니 의미파악이 되지 않아 대화가 곤란해지는 것이다.

 

 또, 난청인의 경우는 유모세포의 손상이나 융모의 이상으로 청력역치(들을 수 있는 최저 소리의 크기: 단위 dBHL)가 높아지기 때문에 가청 말소리의 크기 영역이 좁아진다. 다시 말해, 작은 소리는 잘 들을 수 없게 되므로 말소리의 크기를 결정하는 모음의 제1, 2차 포만트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여 모음의 구별도 안되기 때문에 대화의 곤란함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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