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이야기

소리를 이용한 공중부양

다재헌 2018. 1. 30. 18:42

 

 공중부양(levitation)은 도인들의 희망이었다. 앉은 자세에서 공중으로 뜰 수만 있다면 단숨에 최고 경지에 도달한 도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마술로 공중부양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마술의 공중부양이 눈속임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라고 열역학 법칙이 말해주는데도 가끔은 제 1종 영구기관이나 제 2종 영구기관을 만들 수 있다고 매달리는 사람들이나 안되는 일을 되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되는 것을 안된다고 아는 지혜도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중력을 스스로 거슬리면서 공중에 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마치 물 위를 맨몸으로 걷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나 신발을 부력을 크게 받도록 만들면 물 위를 걸을 수 있다. 이처럼 원자를 빛을 이용하여 한 곳에 공중부양 할 수 있고, 자석의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척력을 이용하면 다른 한 개 자석을 불안정하게 나마 공중부양 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공중부양의 방법이 있다. 특히 전기저항이 0인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놓으면 자석이 공중부양하는 마이스너효과(Meissner effect)가 있는데 이 경우가 지금까지는 가장 멋있는 공중부양으로 인정받아 왔다. 마이스너 효과는 초전도체의 내부로 자기력선이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석과 초전도체 사이에 나타나는 작용 반작용력으로 나타나는 척력으로 중력을 상쇄시켜 자기부양을 보이는 현상이다.

 

 

                                                                    [그림1] 마이스너 효과    

 

 그런데 영국의 브리스톨(Bristol) 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는 초음파 소리를 이용하여 물체를 공중부양 시키는 내용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기존의 음향 트랙터 빔(acoustic tractor beam)을 이용한 일종의 음향 트랩(acoustic trap)은 깔대기안의 탁구공 부양처럼 물체를 부양시킬 수는 있었지만 가해지는 초음파의 반파장 정도 크기의 물체만 부양 가능했다. 하지만 브리스톨 대학의 연구팀은 [그림3]에서 보는 바와같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토네이도처럼 빠르게 회전하는 40kHz의 초음파(파장=8.5mm)에 의한 공기의 가상 소용돌이(virtual voltex)를 만들어서 직경이 20mm인 폴리스티렌을 안정적으로 공중부양 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이는 기존에 4배 이상되는 크기의 물체를 공중부양 시킨 것이다.(20mm는 40kHz 초음파의 반파장 길이인 4.25mm의 4배)

 

                                  [그림2] 위치를 바꾸어도 공중부양은 유지되며 한 개 이상의 공중부양도 가능하다.

 

 [그림3]에서 원모양의 물체가 오목한 부분에 배열되어 있는데 이 물체 각각은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트랜스듀서(transducer)이며 [그림2]와 같이 물체가 포획되면 아래로 음향트랩 장치를 기울이거나 거꾸로 들어도 포획된 물체는 공중부양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고체나 액체를 그릇없이 공중부양 상태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며, 약물이나 결석같은 물체를 손대지 않고 이동시켜 수술을 쉽게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파장이 긴 낮은 가청주파수의 음향 트랩을 사용하면 사람과 같은 크기의 물체도 공중부양 시킬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한마디로 비접촉식 생산라인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언젠가는 음향 트랩을 이용한 공중부양의 시대가 올 수 있으며 그 때의 공중부양은 눈속임이 아닌 진짜 공중부양이 될 것이다.

 

 

                       [그림3]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가상와류의 반경이 작은 부분에 물체를 안정되게 포획함

 

 

 

Reference

1. Asier Marzo, Mihai Caleap, and Bruce W. Drinkwater. Acoustic virtual vortices with tunable orbital angular momentum for trapping of Mie particles. Phys. Rev. Lett.,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