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참진드기 - 단상(52)
흔히 끈질기게 달려들고 떨어질줄 모르는 성격의 소유자나 행동하는 사람을 찰거머리나 진드기 같다고 비유한다. 공교롭게도 둘 다 흡혈벌레이고 흡혈곤충이다. 흡혈이란 말은 공포스럽고 혐오감을 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흡혈귀(뱀파이어), 흡혈 박쥐도 그러하다. 아무튼 흡혈을 하기 위해서는 끈질기게 달겨 붙어야 하나 보다.
찰거머리와 흡혈진드기는 달겨들기 외에 공통점이 또 있다. 모두가 입만있고 항문이 없는 동물이다. 먹기만하고 배설하지 않는 특이한 동물이다. 거머리는 물속이나 축축한 숲에서 정온동물에 붙어 피를 빨아먹되 숙주가 눈치채지 못하게 흡혈 부위를 마취시킨다. 또 거머리는 흡입한 피가 굳지 않도록하는 즉, 피티에 의한 응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성분의 물질을 갖고 있다.
흡혈진드기도 풀섶에 있다가 정온동물이 가까이 다가오면 그 체온을 감지하여 옮겨 붙는다. 흡혈진드기는 그 크기가 아주 작다. 알에서 갓깨어난 머릿니나 씨래미라 부르던 이(louse)와 같은 크기이다. 이런 흡혈진드기가 소나 개에 붙으면 손톱크기 만하게 될 때까지 피를 빨아 먹는다. 내가 어려서 소에 붙은 진드기를 잡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요즘 말하는 플레보바이러스(Phlebovirus)라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듣도 보도 못하던 시절이다.
아무튼 100%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플레보바이러스는 진드기나 거머리와 공생하는게 아닌가 싶다. 바로 피가 굳지 않게하는 그 성분이 다름아닌 플레보 바이러스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진드기에 물렸을 때 나타나는 증세를 중증 혈소판(피티) 감소 증후군(SFTS)이라고 부르는게 아닌가? 혈소판이 감소하는 것은 플레보바이러스가 혈소판을 파괴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러니 피가 응고되지 않는 것일 게다.
하지만 섭섭한 마음이 든다. 플레보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 대한 확인이 일본, 중국 보다도 더 늦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분명히 한국에서도 같은 시기에 이 바이러스가 진드기에 잠복하게 되었고, 감염환자도 같은 시기에 발병하여 사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가장 늦게 발견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방역체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 의사들이 환자의 병명을 확인할 수 없을 경우, 보건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게을리 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흡혈진드기를 찐디기라고도 부른다. 이 진드기는 곤충기피제를 뿌려 예방하는 것이 좋으며, 개나 소에는 진드기 붙지 않도록 냄새를 풍기는 액체기피제를 발라주면 하루 종일 숲으로 다녀도 진드기가 달려붙지 않는다.
------------------- by Daj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