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헌 단상

낙엽을 밟을 때 - 단상(37)

다재헌 2012. 12. 22. 16:11

 

햇빛나지 않는 흐린날

숲길에 뒹구는 낙엽을 밟는다.

한 때, 생명으로 가득했던 날

오늘이 아니기에 더욱 그립다.

살아 있음을 가슴으로 느낄 즈음

생명은그림자로 땅에 스미고

새들은 둥지를 떠난다.

말하지 못한 사연

못 다 부른 노래

감성의 심연에 모아둔 채

망설이다가 세월에 잡혀 버렸다.

숲에 들면

영혼 잃은 껍데기들의 탄식과

땅 위 생명에 대한 엄숙한 교훈이

발밑에서 들린다.

진정, 휴식은 어떻게 오는 것이기에

삶은 이토록 아쉬운 것인가?

낙엽을 밟을 때는 그래서 슬퍼진다.

 

 

 

                             ------------------------------- by  韻交(1987.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