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헌 단상

겨울 밤 - 단상(26)

다재헌 2012. 12. 16. 22:40

 

살아가는 사람들 사는 소리가

찬 밤거리 모퉁이에 머물고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지나고 있다.

 

삶은 구르듯이 시간을 타고 이어지며

이야기는 허공으로 날리어 간다.

궂은 날, 땅으로 기어가는 연기같이

어두움으로 깊숙히 잠수하는 고통.

 

어떻게든지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있는자와 없는자를 휘감는

神의 溫氣.

 

浮沈하는 상념은 선창없이 배회하고

작은새는 굴뚝 언저리에 잠든다.

무릇 시작과 끝은 한 몸이거늘

끝이 없는 시작의 밤

나는 왜, 지금 이곳에 누워있는 것인가.

 

바람은 멀리서 가랑잎을 굴리고

감나무는 몇개 남은 잎새에 연연해 있다.

소리와 소리, 없는 소리들이

열쇠되어 꿈을 열고

무의식은 박쥐등에 실려서 난다.

 

돌아 설 수 없는 외길에서

의식이 절규하며 외쳐대고

나는 황급히 새벽으로 쫒기어 간다.

 

 

 

                                             ----------------------------------  by  韻交(1986)